[자유대한민국수호] 이하원, " 바이든이 하와이 일정 바꿨던 이유"
2020.12.10 15:05
바이든이 하와이 일정 바꿨던 이유
美 ‘3국 협력’ 강조 움직임
日, 주미대사 교체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文, 여전히 북한 눈치 보나
[이하원, "바이든이 하와이 일정 바꿨던 이유" 조선일보, 2020.12.10, A35쪽]
내년 1월 46대 미 대통령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이 2016년 7월 14일 하와이에 도착했다. 오바마 정부 부통령으로 환태평양 군사훈련(RIMPAC) 참관 후 호주로 향하는 것이 원래 일정이었다. 그는 하와이 출장 직전 이곳에서 제4차 한·미·일 3국 차관협의회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됐다. 즉각 회의를 주재하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에게 연락했다. “3국 협의회에 참석해 얘기하고 싶다.”
이 회의에 나타난 바이든이 기조연설을 통해 강조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미국·한국·일본 3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가치를 계속 지켜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미 부통령이 한·미·일 3국 회의에 참석해 연설한 것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당시 차관협의회를 주도한 블링컨은 얼마 전 바이든에 의해 차기 국무장관에 지명됐다. 2015년 부장관이 된 블링컨이 가장 먼저 구상한 것이 2000년대 초반 활발했던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의 부활이었다. 그는 위안부 문제로 다투던 한·일을 화해시키고 중·북 문제 대응을 위해 차관협의회를 신설했다. 2015년 제1차 워싱턴 회의에 외교부 1차관으로 참석했던 조태용 의원의 회고다. “존 케리 장관은 중동 문제를 맡고, 블링컨은 아시아를 담당하기로 역할 분담한 후 차관협의회가 만들어졌는데 블링컨이 매우 적극적이었다.”
3국 정책 조율에 효율적이었던 이 협의회는 어떻게 됐을까. 트럼프와 문재인 정권이 발족한 2017년 7차 서울 회의를 마지막으로 더는 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이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문재인 정권도 중국, 북한이 문제 삼는다는 이유로 적폐시했다. 이후 한·미·일 3국 협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금기어(禁忌語)에 속했다. 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대법원 징용배상 판결에 반발하는 일본을 비난하며 3국 협의도 기피했다. 지난해 6월 게이오대에서 문 대통령 외교 브레인으로 장관급 물망에도 올랐던 인사가 했던 발언은 상징적이다. 그는 일본인 전문가들의 면전에서 3국 협력을 반공(反共)에 기반한 낡은 것으로 치부하며 매력이 없다는 투의 발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바쁜 일정을 쪼개서 한·미·일 회의에 참석했던 바이든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3국 협의체를 만들어 의욕적으로 이끌었던 블링컨은 국무장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런 변화에서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느끼는 것이 없나. 일본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세 나라 협력에 관심 없던 트럼프에게 밀착했던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 대사 교체 결정을 내렸다. 그의 후임으로는 도미타 고지 주한 대사를 기용하기로 했다. 도미타가 일본의 대표적인 미국통인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주한 대사 경력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위협을 막고 중국 속국(屬國)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청구권 협정에 기반한 ’1965년 체제'의 한·미·일 3각 협력은 한국이 최빈국 수준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국가로 명함을 내밀게 한 물적 토대였다. 이 체제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50년 이상 효과가 검증됐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이 끊임없이 여기에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이든 신(新)행정부가 틀림없이 요구해 올 한·미·일 협력에 문재인 정부가 주저할 경우, 적지 않은 파열음이 나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