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빅터 차, " ‘대북 전단 금지’는 자멸 정책"
2021.01.12 15:56
2021.01.12 15:56
이번 달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한국인들은 또다시 북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조심하게 됐다. 특히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일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이 법은 38선 너머 북한으로 풍선에 담아 전단, USB 메모리, 성경, 돈 등을 보내는 경우 최고 2만7000달러(약 3000만원)의 벌금과 3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같은 여당 정치인들은 두 가지 주장으로 이 법을 옹호했다. 첫째, 이 법은 국경 근처의 마을 주민들을 풍선에 대한 북한의 보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풍선 보내기는 남북 합의를 위반하는, 북한 정권에 대한 일종의 ‘심리전 수단’이기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허울만 그럴듯한 주장이다. 북한 지도부가 대북 풍선 보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여름 김여정은 문 정부를 상대로 한 성명서를 통해 풍선 보내기를 겨냥하며, 남한에서 이를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활동가들이 풍선을 띄워 보내는 국경 마을에 보복을 가하겠다는 위협은 하지 않았다. 남한 시민을 목표물로 삼아 대중적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북한의 전술이 아니다. 대신, 보복은 군사적 혹은 공식 목표물에 대해 집행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이다.
인권 활동을 ‘심리전 수단’이라 한 것은 부적절한 용어를 쓴 것이다. ‘심리전’은 정부가 적 목표물에 대해 수행하는 군사 및 정보 활동이다. 예를 들어 정부 지휘에 따른 작전으로 DMZ 전역의 확성기를 통해 방송하는 것이 심리전이다.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비정부 기구의 시위나 풍선 보내기는 인도주의적 표현의 한 형태이지, 정보나 군사작전이 아니다.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흑인 인권 시위를 심리전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통일부는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낸 물건들이 거꾸로 날아와 접경 마을에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이를 치워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고도 말했다. 이것은 그저 쓰레기 처리 문제다.
풍선 보내기를 금지하는 것은 북한 인권 운동을 후퇴시키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인 것이 현실이다. 이전 한국의 진보 성향 정부들은 북한 인권 운동 단체에 대해 ‘점잖은 무시(benign neglect)’ 방식으로 대응했다. 평양을 겨냥한 비판으로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이 단체들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박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목격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많은 단체에서 내게 말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과 탈북민 재정착에 관여하는 시민단체 최소 25곳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한국 정부는 또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이 탈북자 지원센터인 하나원에 출입할 수 없도록 차단했고, 북한인권재단에 대한 재정 지원을 90% 이상 줄였다. 이는 ‘점잖은 무시’가 아니라, 적극적인 표현의 자유 탄압이다.
물론 정부가 정상 외교로 만들어진 동력을 되살리려고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북한 동포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한국인들의 지지를 침묵시키려 하는 것은 ‘자멸 정책’일 뿐이다. 진정한 남북 화해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그들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 인권 개선의 뜻이 남한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걸맞은 활동에만 적용된다는 걸 북한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은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친구들이 침묵한다고, 그걸 무관심의 표시나 ‘풍선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는 지표로 여겨선 안 된다. 그간 많은 미국인은 공개적이 아닌 사적인 기회에만 우려를 표시해왔다. 동맹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할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 사람들은 ‘풍선법'에 동요하고 있으며, 곧 들어설 바이든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