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파탄] 지금 정치권, 빚내 돈 뿌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2021.06.16 11:02
지금 정치권, 빚내 돈 뿌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예전 정치 지도자들은 국익 위해 할 일은 했다
지금은 국민 환심 사려 돈 뿌리기 경쟁 벌여
야권에서 분 새 바람, 권력에만 눈 먼 정치인들 확 바꾸는 계기 되길
[김대기, "지금 정치권, 빚내 돈 뿌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조선일보, 2021. 6. 14, A30쪽; 전 청와대 정책실장.]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내년 대선 때문인지 몰라도 국익보다 여론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종합부동산세 조정, 최저임금 결정, 가상 화폐 처리, 가계 부채 축소 등 중요한 사안들이 조금만 이견이 있어도 진전이 안 되고, 원격의료 같은 규제 완화나 국민연금, 대학 구조 조정같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나 이재용 부회장 사면같이 통찰로 추진할 사안도 국민 공감대 운운하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반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돈 뿌리기 경쟁은 어느 때보다 성황이다. 기본소득에서 시작해서 1000만원 해외여행비, 1억원 적금통장, 3000만원 사회 출발 자금 등 돈을 못 써 안달이 난 것 같다. 금년 여름에는 또 추경을 편성해서 전 국민에게 위로금을 나눠준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인플레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무한정 화폐를 찍어도, 국채 발행으로 부채가 아무리 늘어나도 문제가 없다”는 MMT(Modern Monetary Theory) 이론을 신봉하는 것 같다. 이 이론은 미국의 비주류 경제학자 스테파니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미국에서도 설익은 주장이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실제 이런 식으로 경제를 운영한 나라는 모두 거덜났다.
지금 정치권의 핫이슈인 기본소득 역시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정책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돈을 지급함으로써 복지 대상 선정과 지원에 소요되는 행정 비용을 줄이고, 관료주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원 소요에 비해 양극화 해소 효과는 의문시되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같은 진보학자들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 체제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행 체제는 그대로 두고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고 그냥 포퓰리즘이다.
현재 정치권이 보이는 행태들은 욕을 먹더라도 국익을 위해 할 일은 한 예전 정치 지도자들과 너무 비교된다. 한·미 FTA의 경우 진보 좌파들이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고, 농업 기반은 붕괴되며, 공공 요금은 폭증하면서 민중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반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오직 국익만 보고 추진했다. 좌파들이 주장한 그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경제는 오히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4대강도 얼마나 반대가 심했나. ‘강이 죽는다’고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들까지 들고일어나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엄청난 손해를 봤지만 강물은 풍요로워지고, 우리 사회에서 수재의연금이란 말을 사라지게 했다. YS는 자기편인 보수 진영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등록제를 실시했고, DJ 역시 좌파 진영에 불리한 공공 부문 인력 감축, 민영화 및 경쟁력 도입 등을 과감히 추진했다. 과거 정치권은 자기편의 유불리를 떠나 국익을 위해 헌신했고, 이러한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분들은 재정도 알뜰하게 운영했다. 재정 적자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현 세대가 즐기는 만큼 정치인이라면 모두 좋아하는 메뉴인데 왜 그랬을까? 바보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언젠가 찾아올 위기에 대비한 것이다. YS는 정부 부채를 GDP 대비 5%대로 관리했고, 그 덕택에 DJ 정부는 외환 위기를 단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은 누군지 참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했고, 그 덕택에 MB 정부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큰 고통 없이 넘길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 여권의 재정 확대 요구에 불응하면서 건전 재정을 지켰고, 이것이 결국 오늘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지나고 보니 예전 정치 지도자들은 참 훌륭했다. 이에 반해 지금 정치권은 빚내서 돈 뿌리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정치는 한 나라의 두뇌에 해당하는데 이러고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국민도 이러한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나라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야권에서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바람으로 낡은 정치권이 확 바뀌면서, 소명 의식 없이 정권에만 눈이 먼 정치인들이 퇴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내년 대선이 대한민국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