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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최강,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조선일보, 2021. 4. 24, A30쪽;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최근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2027년쯤 북한이 핵무기 최대 242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십 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다. 북한이 표방했던 ‘자위적 핵무장력’을 넘어 다양한 핵 위협을 우리에게 가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서해의 일부 도서 점령 후 우리의 반격을 막는 핵 위협, 한국의 주요 도시에 대한 핵 위협,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하는 미국에 대한 위협 등을 구사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정권에 정치적 위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화통일을 추구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핵무기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진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지만 핵무기가 없는 우리는 힘이 없고, 미국과 중국은 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할지는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CVID)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잠정적으로 용인하면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의 개발을 막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한시름 놓겠지만 우리는 북핵에 방치된 상태에서 북한의 위협은 더욱 노골적이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겠지만, 한편에서 북한과 협상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동맹을 튼튼히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생각을 바꾸려면 중국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같은 미·중 전략 경쟁하에서 중국이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힘을 분산 내지 약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내, 자제, 대화, 역지사지 등은 북한 문제에 관해 중국이 자주 하는 말인데, 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전략 경쟁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며, 북핵 위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전례 없이 엄혹한 안보 환경하에서 눈치 보기와 줄타기로는 우리를 조여오는 북한의 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고,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그들이 생각을 바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냉전 시대 핵무기 4만기를 가진 소련에 대해 미국은 핵무기 3만기를 확보하고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구사했다. 상호확증파괴 전략은 소련이 미국에 섣불리 핵무기를 사용했다가는 자신도 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줘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 MAD 전략으로 미·소 간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졌기에 미국민들은 밤잠을 설치지 않았고 냉전은 냉전으로 끝났다.

40여 년간 지속된 동서 냉전 시대에 소련 사람들은 미국에 두려움(fear)과 존경(respect)을 가졌다고 한다. 북한도 우리에게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좋겠지만, 북한은 우리에게 존경은커녕 두려움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은 우리를 “겁먹은 개”라고 하며 공개적으로 경멸한다. 한반도에서 돌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북한이 우리에게 최소한 두려움이라도 갖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판 MAD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판 MAD 전략의 핵심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미국은 북한보다 우월한 수단으로 북한 정권을 궤멸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 자체의 핵무장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동맹 차원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등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최근에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아산정책연구원과 시카고 카운슬의 화상회의에서 주한미군 사령관과 유럽 총사령관을 역임한 스캐퍼로티 장군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아태 지역 동맹국들을 위해 유럽과 마찬가지로 핵기획그룹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과 미국이 핵 억제 능력을 갖추어야 북한이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인식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고, 대화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폭력이 계속되는데도 우리가 대화에만 의존한다면 북한에 백기 투항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폭력이 중단되어야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북한이 생각을 바꾸도록 하려면 한국판 MAD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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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수백조원 대북 지원 美는 돈 내지 않겠다는데 168
52 北은 1956년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다 206
51 '북핵은 南韓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189
50 핵 동결 상태에서 北과 평화협정 맺으면 진짜 안보 위기 온다 214
49 북한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4가지 이유 246
48 대화(對話)만능주의를 경계한다 225
47 여덟 번 약속 깬 뒤의 아홉 번째 약속 264
46 우리 국가안보실장이 북의 뻔한 '프로파간다'를 전했다 213
45 이 거대한 자해 劇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269
44 미래 主權 양보한 사드 합의, 폭력적 보복 재발한다 234
43 '설마 공화국'의 핵EMP 무방비 219
42 '北 핵보유는 인정'하고 '韓 전술핵은 반대'하나 234
41 김정은이 우리 예금을 '0'으로 만드는 날 244
40 북한이 핵을 들고 서해를 기습했을 때 255
39 진짜 평화 위해 전술 핵무기 재배치해야 549
38 북핵 안고 그냥 사는 거지 271
37 북핵(北核),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미신(迷信) 240
36 반전반핵가(歌) 북을 향해 불러라 384
35 현 시점의 대북지원·대화 추구는 ‘북핵 제재’ 이탈이다 243
34 美는 核 비확산 지키다 피해자된 한국민 이해하나 327
33 中 등 핵보유국이 북핵 안 막으면 NPT 흔들릴 것 294
32 北核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317
31 중국의 착각,미국의 오해 342
30 北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 탑재 가능… 美 본토에 실질적 위협 388
29 북핵 키운 그들의 망언 828
28 북핵 저지,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883
27 왜 핵무장론인가? 779
26 북핵, 독자적 핵 억지력 보유가 해법이다 766
25 중국이 원유․쌀․돈줄 등 북한의 급소를 누를 때다 1014
24 나라, 국민 지키려면 '원치 않은 결단' 내릴 수 있다 756
23 北의 핵실험, 구경만 할 것인가 908
22 북이 대륙간 탄도탄(ICBM)을 만드는 이유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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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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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북 위협에 대한 원칙적 입장 필요하다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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