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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장동 수사 54일, 코미디 흥행작 소재 될 것

[사설: "검찰 대장동 수사 54일, 코미디 흥행작 소재 될 것," 조선일보, 2021. 11. 23, A39쪽.]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22일 구속 기소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사 26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가동한 지 54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검찰은 이날 기소한 세 사람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던 유동규씨와 공범으로 대장동에서 민간 업자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유씨는 그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은 인허가부터 단계마다 최고 최종 결정권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그의 결재를 받아 일이 진행됐는데도 검찰은 지금까지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성남시 산하 기관 본부장에 불과한 유씨가 성남시장의 묵인, 허락이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수천억 원의 특혜와 수백억 원의 뇌물을 주고받는 초대형 부패 범죄를 저질렀다는 납득하기 힘든 ‘축소 수사’다. 처음부터 예고된 결과다.

검찰 수사팀의 주요 보직은 위부터 아래까지 친정권 검사들이 차지했다. 수사팀은 증거를 일부러 피해 다니는 것처럼 움직였다. 첫 압수 수색을 유동규씨 거주지로 나갔지만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조차 챙기지 못했다. 처음엔 ‘유씨가 창밖으로 던지는 바람에 못 찾았다’더니, 이어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진 일이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런데 그 휴대전화를 경찰은 한나절 만에 찾아냈다. 검찰은 유씨의 다른 휴대전화를 찾는다며 그의 지인 집도 압수 수색하더니, “여러 대의 전화 중 어느 것이 유씨 전화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했다. 유씨의 진짜 전화가 발견될까 봐 겁을 내는 것 같았다. 성남시청은 수사팀 출범 후 16일 만에야 압수 수색했고, 시장실 압수 수색은 6일을 더 미뤘다. 이 정도면 수사가 아니라 쇼다.

코미디에나 나올 법한 일들도 잇달아 벌어졌다. 코로나가 심각한데도 수사팀은 8명씩 인원을 나눠 ‘쪼개기’ 단체 회식을 했다. 그것도 2차, 3차 술자리까지 했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7명이나 나왔다. 주임 부장검사까지 코로나에 걸려 9일간 자리를 비운 끝에 교체됐다. 유동규씨 공소장에는 검사 18명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나중에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니 그 부담을 18분의 1씩으로 ‘쪼개기’한 것 아닌가. 쓴웃음이 나온다.

그런데도 검찰은 “대장동 관련 의혹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예정이며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실체를 규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 희극적 대사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대장동 사태를 낳은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의 주인이라는 ‘그분’은 누구인지, 2014년 성남시장 선거 전후에 전달된 43억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등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과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등의 금품 수수 의혹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68%가 넘는다. 특검 도입도 질질 끌면서 사실상 의미 없게 만들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드라마로 만들면 블랙코미디 흥행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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