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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과 與, 이런 공수처 만들려고 그 난장판을 벌였던 건가

[사설: "文과 與, 이런 공수처 만들려고 그 난장판을 벌였던 건가," 조선일보, 2021. 12. 31, A31쪽.]

김진욱 공수처장이 30일 통신 자료 조회와 관련, “검찰과 경찰도 많이 하는데 왜 공수처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나”라고 했다. 그런데 공수처는 국민의힘 의원 105명 중 86명의 ‘전화 뒷조사’를 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의 통신도 조회했다. 비판 보도를 한 기자와 가족, 외신 기자까지 캤다. 검찰과 경찰도 수사 필요에 따라 통신 조회를 하지만 공수처처럼 대선을 앞두고 야당만 표적 삼지는 않는다. 그래 놓고 “검경도 하는 일인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따지기까지 한다.

공수처의 파렴치 사례는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공수처는 출범 두 달 만에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검사장을 공수처장 관용차로 모셔와 조사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사건의 피의자인데도 언론 취재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반면 공수처 입건 사건 12건 중 4건이 ‘고발 사주’ 의혹 등 윤석열 후보 관련이다. 윤 후보에게 적용된 혐의들을 일일이 밝혀 ‘피의사실 유포’ 논란도 일으켰다. 공수처 차장은 수사 중 민주당 의원과 통화하고 식사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정작 수사해야 할 대장동 비리나 울산시장 선거 공작 등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게다가 무능하기까지 하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관련, 손준성 검사 영장을 세 차례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당했다. 영장에 ‘성명 불상’이란 말이 23번 등장할 정도로 기초적 사실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 놓고 “아마추어인 우리 공수처 수사를 검사들이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대검을 압수수색 할 때는 대상자가 절차 위반을 지적하자 공수처 검사가 “안 한 것으로 하자”고 돌아가기도 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2019년 버닝썬·김학의 사건 등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특권층 불법에 대한 부실 수사를 뿌리 뽑으려면 공수처가 해답”이라고 했다. ‘검찰 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공수처를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통령 관심사를 해결하려고 선거법을 미끼로 군소 정당을 끌어들였다. 여야 간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강제 변경하는 초유의 폭거를 저질렀다. 나라의 근간인 선거 제도와 수사 제도를 엿 바꿔 먹듯 거래한 것이다. 그 야합으로 선거법은 국회의원도 내용을 알 수 없는 누더기 난수표가 됐고, 위성 비례 정당까지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통령과 여당에 묻고 싶어진다. 이런 공수처 만들겠다고 나라를 그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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