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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 선열과 유족 가슴의 피멍, 이제라도 풀리길

[사설: "호국 선열과 유족 가슴의 피멍, 이제라도 풀리길," 조선일보, 2022. 6. 10, A31쪽.]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천안함, 연평도, 연평해전, 목함 지뢰 등 북한 도발에 맞선 장병과 유족을 초청해 오찬을 열고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예우하고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모시는 것은 정상적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국방부 의장대와 레드 카펫이 이들을 맞았다. 천안함 전 함장은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치·언론·교육계에 많다”고 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좌초설 등 온갖 괴담을 유포하던 사람의 요구에 따라 천안함 폭침을 재조사하려 했다. 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천안함 함장이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水葬)했다”고도 했다. 함장에게 막말을 퍼부은 교사까지 있었다.

천안함 전사자의 백발 어머니는 ‘북한 공격을 교과서에 잘 담아서 학생들이 잘 배우게 해달라’고 했다. 고교 교과서 대부분이 천안함 폭침을 언급도 않거나 ‘사건’ 등으로 얼버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전사자의 어머니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비난 한마디 못 한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에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연평도 공격에 책임을 묻기는커녕 10주기 때 휴가를 갔다. 전사자 추모도, 유족 위로도, 도발자 경고도 없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 규탄이 아니라 ‘분단 탓’을 했다. 과거 주사파 운동권이 북 도발에 물타기 할 때 ‘분단 탓’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전사자 어머니가 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게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절규하자,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북한 소행이란 정부 입장이 있다”고 했을 뿐이다. 천안함을 ‘우발적 사고’라고 한 사람을 장관에 앉히더니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을 국빈 대접했다. 천안함 유족을 초청한 자리에선 김정은과 손잡고 찍은 사진 책자를 나눠 주기도 했다. 유족은 충격으로 체하기까지 했다. 문 정권은 현충일 추념식에 천안함 유족을 뺐다가 뒤늦게 포함하고는 ‘실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확실한 보훈이 강력한 국방의 기초”라고 했다. 미국의 진짜 국방력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가족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예우하는 데서 나온다. 북한조차 그렇게 한다. 그래야 나라가 유지된다. 호국 영웅과 유족의 가슴에 쌓인 피멍이 이제라도 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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