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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이 된 故 한상국 상사 어머니의 말 “다시는 당하지 말라”

[사설: "유언이 된 故 한상국 상사 어머니의 말 “다시는 당하지 말라”," 조선일보, 2022. 9. 8, A31쪽.]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상사의 모친 문화순 여사가 지난 5일 76세로 별세했다. 제2 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북한 경비정의 기습 도발로 해군 고속정 참수리호 윤영하 정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한 전투다. 끝까지 조타실을 지키다 전사한 조타장 한 상사는 참수리호와 함께 수몰됐다가 41일 뒤 발견됐다. 20년 만에 아들 곁으로 떠난 것이다. 그의 20년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전사자와 유족을 국가가 어떻게 기념하고 처우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시간이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장병들이 전사한 다음 날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북한의 계획적 도발이 명백함에도 정부는 “우발적 사고였다”고 했다. 한동안 전사자 추모식에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물론 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투 직후 전사자 유족에게 위문 편지를 보낸 고위급 인사는 주한 미군 사령관이 유일했다. 전사자 유족에게 지급한 보상금도 군인 월급 36개월 치가 전부였다. 한 상사의 아내는 무심한 나라를 원망하면서 미국으로 떠났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북한 눈치 보기는 결국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더 수위가 높은 북한의 도발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전사자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10년 뒤, 유족들이 특별법을 통해 제대로 보상받게 된 것은 16년 뒤였다. 당연히 사망 직후 이뤄져야 했을 일들이다. 그나마 문씨를 비롯한 유족들의 끈질긴 호소와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도 늦었지만 한국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역할을 했다. 당시 영화를 본 문씨는 “고맙기도 하고 서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상사를 비롯한 전사자 이름은 2015년 신형 미사일 고속함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당시 한상국함에 승선한 어머니 문씨는 승조원들에게 “지금도 눈물을 참고 있다. 다시는 당하지 말라”고 말했다. 모든 유가족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전사자의 어머니가 한국 사회에 남긴 값진 유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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