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죽은 교육의 사회
2022.10.13 09:36
죽은 교육의 사회
[김규나, "죽은 교육의 사회," 조선일보, 2022. 10. 5, A29쪽.]
- “내가 교탁 위로 뛰어 올라왔을 때는 뭔가 중요한 까닭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 나는 여러분이 다른 각도에서 끊임없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이거든.” 몇몇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행동에 놀라 멍청히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좋다! 모두들 여기 올라와서 직접 느껴 보도록!” - N. H. 클라인바움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죽여 버리겠다며 담임에게 목공용 양날 톱을 휘두른 초등학생, 젊은 여교사의 수업 시간에 상의를 벗거나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들이댄 남자 중학생, 여선생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겠다고 교탁 아래 카메라를 설치한 고등학생. 이런 일이 1년에 2000건 넘게 신고된다. 처벌이 쉽지 않아 덮이는 사례는 더 많다.
교권 추락은 우리 사회가 자초한 일이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귀해.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며 부추긴 결과다. 1990년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을 이상적인 교사라 믿은 대가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을 키우겠다는 키팅의 교육관은 바람직하다. 일부 폭력적인 교사를 묵인하던 시절, 변화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키팅은 선생님 대신 선장이라 불리길 원했다. 교과서는 거짓투성이라며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현재의 만족이 유일한 진리인 양 ‘카르페 디엠’을 속삭였다. 스스로 교탁을 밟고 올라섰고 학생들에게도 그 위에서 교실과 교사와 동급생을 내려다보게 했다. 학교와 수업의 의미를 해체하고 전통과 권위에 맞서라고 가르친 셈이다.
키팅과 함께 ‘참교육’과 ‘열린 교육’이 자리 잡았다. 개성, 인권, 자유만 앞세우며 ‘분노하라. 네 잘못이 아니다’ 말하는 유명인들이 멘토라 불렸다. 부모와 교사도 ‘안 된다. 틀렸다’ 말할 수 없게 됐다.
잘못을 혼내는 어른이 없고, 그른 것을 바로잡아줄 스승도 없다. 대신 텔레비전과 인터넷에는 비웃고 싸우고 해치고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본 대로 배운 대로,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