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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文정권 “북핵, 南겨냥 아니다”더니… 北, 비행장 파괴 협박

北 이번엔 ‘전술핵 SRBM’ 도발
청주·군산 공군기지 사거리 겨냥 600㎜ 초대형 방사포 2발 발사

[노석조,  "DJ·盧·文정권 “북핵, 南겨냥 아니다”더니… 北, 비행장 파괴 협박," 조선일보, 2023. 2. 21, A5쪽.]

북한이 20일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지난 18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쏜 지 이틀 만이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 2발은 각각 340여㎞, 390여㎞를 날아갔다. 발사 지점에서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청주 기지와 미 F-16 전투기가 배치된 군산 공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이 “전술핵 장착이 가능한 ‘600㎜ 초대형 방사포’였다”며 “방사포탄 4발이면 적의 작전 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했다. 전술핵으로 한국의 주요 군사 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좌파 진영은 북핵은 ‘대미 협상용’ ‘한국 겨냥이 아니다’라고 해왔지만 최근 북한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핵 협박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7시부터 7시 11분까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600㎜ 방사포탄 2발 사격”이라고 밝혔다.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395㎞와 337㎞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했다”고도 했다.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돌려보면 발사 원점으로부터 340㎞ 부근에 청주 공군기지가, 390㎞ 부근엔 군산 미 공군기지가 있다. 지난 19일 한미가 북한 ICBM 발사에 대응한 연합 비행을 위해 한국 공군의 F-35A, 미 공군 F-16이 각각 출격한 곳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태평양을 우리(북한)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면서 “최근 미군의 전략적 타격 수단(전략자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이날 전술핵 장착이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를 한미 주요 군사 기지를 겨냥해 발사했다고 발표하면서 “전술핵 공격 위협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600㎜ 방사포는 고체 연료 기반의 신형 SRBM으로 평가된다. 액체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으므로 단기간 발사 준비를 해 기습 공격을 할 수 있어 요격하기가 까다롭다. 특히 북한이 방사포를 최전방에 집중 배치된 장사정포와 섞어 쏘면 현실적으로 요격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요격이 어려운 핵 미사일로 유사시 한국 내 주요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공개 협박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방사포에 탑재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그간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했기 때문에 전술 핵탄두 탑재 방사포 완성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한반도를 겨냥한 전술핵 위협이 현실화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ICBM 도발 직후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고 했다. 핵 ICBM을 완성해 미국과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로 들렸다. 그러나 곧바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도발로 한국 내 주요 비행장을 공격하겠다며 북핵의 목표가 한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커지면서 북한 핵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체제 보장용이나 대미 협상용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도 무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의지를 과소 평가하며 대북 지원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프랑스 르몽드 신문 인터뷰에선 북한 주장을 근거로 “북한에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미국에서 “자위용이라는 북한의 핵 개발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이들 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국 공격용이 아니다’라면서 이에 대응한 한미 연합 훈련을 축소·중단하고 ‘대화’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 핵이 한국을 인질로 잡으려는 것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거나 대화만 하면 핵을 포기할 것처럼 국민에게 설명해 왔다. “북한 핵·미사일은 나중에 통일이 되면 남북 모두의 것이 되는 것 아니냐” “설마 북한이 같은 민족인 한국에 핵을 쓰겠느냐”는 말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을 노리는 ICBM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해 한국 주요 시설을 겨냥한 전술핵 무기를 실전 배치 수준으로 개발한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도 실제 핵으로 미국을 공격할 경우 멸망한다는 것을 안다”며 “결국 한국을 핵 인질 삼아 살길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북한 SRBM 도발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을 극단의 길로 몰고 가는 군사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군사적 도발로는 북한이 원하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 이유와 최종 목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여권에서 ‘핵 무장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말 폭탄은 누구나 던질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건 평화”라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공언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 능력과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정부가 강경 대응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최악인 민생 경제가 더 심각한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마치 동네 아이들 시비 걸 듯 정쟁만 일으키고 있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 국민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민생을 챙기는 데 나서기 바란다”고 했다. 북한을 향해서도 “강력 경고한다. 규탄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관여한 북한 개인 4명과 기관 5개를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 지정했다. 외교부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성 김 대북특별대표, 일본 후나코시 다케히로 북핵수석대표와 각각 통화를 하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고 양자·3자 간 긴밀한 조율을 통해 독자제재를 비롯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차단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주 미국의 핵 잠수함 기지에서 ‘핵우산’ 도상 연습을 하고 다음 달 중순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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