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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려 죽어가는 주민 짓밟고 발사되는 北 ICBM

[사설: "굶주려 죽어가는 주민 짓밟고 발사되는 北 ICBM," 조선일보, 2023. 6. 19, A35쪽.]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 굶어 죽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14일 비밀리에 접촉한 북한 주민 증언을 통해서 확보한 아사(餓死) 사례를 전했다. 이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지방 도시는 물론 평양에서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가족이 속출했다고 한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5월부터 북한 지방 도시에서 식량 배급이 정체돼 영양실조 환자가 잇따르고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양실조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증가하는 가운데 강도 등 흉악 범죄와 노부모와 자식을 버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도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8일 ‘2023 아태지역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안보가 역내 전체 조사 대상국 38개 나라 중 꼴찌로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공동 발표한 ‘기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은 낮은 수준의 식품 소비, 열악한 식단 다양성으로 인해 (올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BBC방송은 북한이 지난해 7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발사 비용은 쌀 5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북한 전체 주민이 46일간 먹을 수 있는 쌀값과 맞먹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서방보다 생산 비용이 적은 북한 생산 단가를 적용해도 지난해 약 2600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김정은은 심각한 식량난에도 불구, 미사일 발사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5일만 해도 우리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포천에서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하자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4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지 63일 만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한 발 쏠 때마다 2000만~3000만달러가 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은 1000만~1500만달러,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은 300만~500만달러로 추산한다. 이런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15일에만 약 80억원을 낭비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말 발사한 우주 발사체 잔해를 우리 군이 건져 올렸다. 동체에는 발사체 이름으로 추정되는 ‘천마’라는 글자와 날개 달린 검은색 말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김정은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상징하는 그 흑마의 말발굽 아래 굶주린 북한 주민이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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