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尹 집무실 팻말 뒤편

2024.02.08 10:40

관리자 조회 수:36

[대한민국 건립]

尹 집무실 팻말 뒤편

내가 누구고 왜 여기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든 대통령이 항상 물어야 하는 질문
용기 있게 결정 하고 용기 있는 결정 해야


[양상훈, "尹 집무실 팻말 뒤편," 조선일보, 2024. 2. 1, A30쪽. 주필]

윤석열 대통령이 ‘내가 다 책임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트루먼 미 대통령 집무실 팻말 문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할 때 같은 문구의 팻말을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 팻말은 지금도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여 있을 것이다.

‘나는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라는 뜻이기도 한 이 팻말은 사실 트루먼 대통령이 만든 것이 아니다. 트루먼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부통령 취임 82일 만에 대통령이 됐다. 이때 미주리주 관리이던 트루먼의 친구가 미주리주 소년원 원생들이 만든 비슷한 팻말을 보고 이를 주문해 트루먼에게 선물했다. 문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트루먼은 이를 집무실 책상 위에 뒀다.

트루먼은 대통령직을 이 문구 그대로 수행했다. 그가 대통령으로 내린 결정은 다른 대통령 열 명이 내린 결정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트루먼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라고 명령한 사람이다. 트루먼은 소련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겠다는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했다. 거침없던 공산주의 확산을 막은 첫 인물이 트루먼이다. 6·25 남침을 당한 대한민국을 위해 유럽 우방국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미군과 유엔군 파병을 결단해 우리를 구했다. 폐허가 된 유럽을 되살리기 위한 거대 지원 계획 ‘마셜 플랜’을 결정했고 서방 세계의 방패가 된 나토(NATO)도 그가 창설했다. 미국 내에선 백인들과 소속당(민주당) 당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흑백 차별을 없애는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모두 큰 용기를 필요로 했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결정이었다.

트루먼은 원자폭탄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오펜하이머가 자신 앞에서 핵 사용이 가져올 부정적 문제를 얘기하자 “손에 피 몇 방울 묻힌 xxx가 양손이 피투성이인 내 앞에서 징징댄다”고 경멸했다. 트루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일화다. 미국 대통령 중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꼽으라면 트루먼이 빠질 수 없다.

이런 트루먼이 대통령이 될 줄은 그 자신도 몰랐다. 꼬마 시절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면서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허세였다. 미국 정가에서 그는 대학도 못 나온 미주리 촌뜨기일 뿐이었다. 루스벨트가 트루먼을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은 그가 이처럼 존재감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대통령직을 승계한 다음 날 트루먼은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기자들은 함께 포커를 치던 트루먼을 “친구 해리”라고 부르곤 했다. 트루먼은 모든 기자와 악수를 나누며 눈에 눈물이 맺혔다. 갑작스레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이 돼 1200만 대군을 지휘하게 된 책임의 무게는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트루먼은 기자들에게 “여러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이어서 “혹시 여기에 짚 더미에 깔려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대통령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마치 달과 별과, 아무튼 모든 행성이 저를 덮치는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대통령님, 행운을 빕니다”라는 기자의 말을 뒤로 하고 백악관으로 떠났다.

이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트루먼과 윤 대통령의 ‘The buck stops here’ 팻말 얘기를 안다. 그런데 트루먼의 팻말 뒤편에 다른 문구가 쓰여 있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팻말 뒤편엔 ‘나는 미주리 출신이다(I’m from MISSOURI)’라고 쓰여 있었다. 이 문구가 원래 있었는지, 트루먼이 따로 주문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가 애용한 팻말이니 이 뒤편 글귀도 그의 신조였을 것이다.

‘나는 미주리 출신이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았으나 알 수 없었다. 미 동부 엘리트들에게 미주리는 변방이다. 하지만 미주리 사람들은 근면 성실 정직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트루먼이 ‘나는 미주리 출신이다’라는 글귀를 8년간 매일 본 것은 자신이 출발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뜻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고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것은 모든 대통령이 곱씹어야 할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트루먼 이상으로 자신이 대통령이 될 줄 몰랐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충성 않고 나라에 충성하는 공직자로서 법치와 공정이 무너진 나라를 재건하라는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 여기가 윤 대통령의 출발점이자 초심이다.

달과 별과, 다른 모든 행성이 한꺼번에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덮쳐오고 때로는 그 압력이 너무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그 결정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금 윤 대통령 앞에 여러 중요한 결정이 놓여 있다. 결정에 앞서 트루먼 팻말의 뒤편을 생각하며 내가 누군지, 어디에서 와서, 왜 여기에 있는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전체] 현대사회문제--주제들 1503
공지 [전체] 현대사회문제--추천사이트들 1919
94 러의 대북 군사 지원에 비례해 우크라 지원을 22
93 "여기가 법정인가" 피의자 취급당한 국감 증인의 항변 20
92 韓 '괴물 미사일' 아버지의 건배사 12
91 부족 정치의 시대, 엄격한 법 집행이 답이다 20
90 박정희의 마지막 국군의 날, 그날의 일기장엔 32
89 북·중·러 모두 핵 폭주, 무력한 국제사회 22
88 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 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23
87 25년간 화석연료 비율 '86→82%', 이것이 실상 28
86 김정은 믿자던 사람들 우라늄 공장 보곤 또 무슨 궤변 할까 24
85 간첩 혐의자 100명 적발하고도 수사 못했다 28
84 김정욱 선교사 北 억류 4000일... 美 "석방하라" 18
83 좌편향·우편향, 동시에 고쳐야 한다 17
82 몰락하는 김정은 정권을 위해 나팔 부는 사람들 16
81 안보 각자도생… 세계 국방비 3000조원 18
80 文 '진짜 혐의'는 건들지도 못했다 16
79 臨政 애국자들과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는가 13
78 광복회장과 '건국 부통령' 이시영 24
77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광복절에 이 소동을 벌이는가 19
76 제헌국회는 왜 헌법에 臨政을 명기하지 않았나 17
75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부르면 친일파라는 황당한 기준 23
74 국가별 핵탄두 보유현황 18
73 전기차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17
72 전기차를 위한 약간의 변호 17
71 "北은 종교 자유 보장" 이런 사람을 대통령 부인이 만났다니 19
70 우리 바다에 10년간 유입되는 삼중수소 11
69 마지막 경고: 대한민국 성교육의 진실 36
68 오염수 괴담 1년, 거짓에 반성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 19
67 이유도 없는 '대통령 탄핵' 40
66 또 탄핵 서바이벌 24
65 빨치산을 양민 희생자로 둔갑 시킨 과거사위 22
64 '文정부 때 댐 중단 안 했더라면' 20
63 1950 애치슨 라인, 2025 트럼프 라인 20
62 국민 세금 3조원으로 대잔치 벌인 문 정부 25
61 28년 만의 상속세 개편안 '현실감' 들지 않는 이유 23
60 대장동 일당과 가짜 뉴스 합작, 진짜 배후 있을 것 45
59 쳐다보기 민망했던 채 상병 청문회 30
58 막다른 길에 선 韓 안보 핵무장론 14
57 개정 헌법의 전문, 무엇을 넣고 뺄 것인가? 8
56 美 '핵 확대' 선회하면 韓 '핵 확보' 기회 찾아야 10
55 文, 잘린 아이 손목 앞에서 궤변 또 해보길 20
54 민주당, 또 "MBC 사수" 다시 "방통위원장 탄핵" 11
53 나랏빚 폭증시키며 그 실태는 숫자 조작으로 속였다니 6
52 위기의 대한민국 정통 세력, 되살아날 방도는? 15
51 객관적 사실보다 김정은 말을 더 믿는다는 전직 대통령 23
50 ‘민주 건달’ 개탄했던 어느 사회주의자의 訃告 26
49 서울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학생·교사 권리 책임 균형을 22
48 北 6·25 때 학살한 종교인 1700명, 뒤집힌 진실 바로잡아야 20
47 헌법재판소 “사드 배치, 기본권 침해 가능성 없다” 29
46 헌재 “사드 배치 기본권 침해 안 돼” 이 결정에 7년 걸린 나라 23
45 천안함 음모론자 줄줄이 출마, 국민 상식 두렵지 않나 32
44 4·10 총선에 정권이 걸렸다 41
43 김성한, 대만해협과 한반도 안보는 불가분 관계다 29
42 中 대만 침공 땐 한반도 불붙는데 ‘무슨 상관 있냐’는 李 대표 26
41 ‘다 퍼주기’ 이 대표가 “아르헨티나 된다” 걱정한다니 25
40 1% 지지 종북 정당에 최대 5석 주고 정책까지 연대하는 민주당 21
39 ‘파묘’의 800만 흥행을 보며 시부야 스카이를 떠올린 까닭 50
38 종북 세력 국회 진입으로 더욱 시급해진 대공수사권 복원 36
37 헌법 가치 훼손, 이젠 위험 수위다 20
36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결과가 사기 천국”이란 판사의 개탄 22
35 위기감 나토 국가들 ‘참전’ 언급, 유럽에 번지는 불길한 조짐 15
34 저급 주사파 ‘경기동부’ 국회 대거 진출을 돕는 李대표 34
33 이승만과 박정희는 ‘진보 우파’ 혁명가… 기득권과 싸우며 건국·부국·호국 이뤄 37
32 국민을 역사의 까막눈으로 만든 ‘백년전쟁’의 침묵 31
31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수출 자제해야 하나? 24
30 우리의 소원은 자유·민주·인권·법치다 21
29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를 극복하려면 36
28 ‘건국전쟁’ 62만명, 이제야 걷히는 이념 전쟁의 장막 뒤 42
27 6·25때 “서울 남으라” 했다? 런승만 연설은 없었다 36
26 나발니 미스터리… 러 정보요원 교도소 방문 이틀 후 사망 28
25 차 마시고 의식 불명, 목 맨 시신… 푸틴에 맞선 인사들 2년새 50명 의문사 28
24 건국 전쟁의 바른 견해 29
» 尹 집무실 팻말 뒤편 36
22 납득 안 되는 국회의원 연봉, 평균 가구소득 수준으로 내려야 19
21 재판 지연 간첩 피고인들 무단 퇴정, 방치한 판사 탓 크다 55
20 서독은 끝까지 동독의 2국가 체제 요구를 거부했다 16
19 美, 15년 만에 英에 핵 재배치, 對韓 核정책도 유연해져야 9
18 한국보다 15배 규모인 미국 경제가 1.8배 성장한 비결 18
17 자유·민주 지킨 대만 선거, 한국 총선에 주는 의미 11
16 “남조선이 대한민국이라고?” 25
15 역사 왜곡한 픽션이 가득한 '서울의 봄' 21
14 우크라이나 전쟁과 ‘1938년의 순간’ 27
13 한국, 흑사병 때보다 인구 감소 심각 29
12 19~34세 청년층 82%가 미혼, 결혼 꺼리니 출생률도 급락 37
11 민심 잃은 시진핑 정권, 어디로 가고 있나 19
10 현진권, 상속세 논쟁, 팩트가 중요하다 15
9 30년 철벽 수능, ‘문어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18
8 4월 총선 대차대조표 28
7 툭하면 전산망 먹통, ‘무조건 대기업 배제’ 재검토해야 14
6 고쳐 쓸 수 없는 정당 19
5 그들의 새 질서 23
4 나라를 빚더미 만든 장본인이 野 됐다고 “국가 부도 우려 28
3 아웅산 테러 40년, 하나도 안 달라진 ‘깡패 국가’ 북한 36
2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미동맹 70년 19
1 교육에도 자유를 許하라 26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