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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과 한반도 안보는 불가분 관계다

美中 경쟁 속 대만 가치 수직 상승… 中은 이미 대만-북한 연계 전략, 北비핵화 협조거부·제재 완화도
대만 비상사태 땐 주한미군 개입… 한반도 힘의 공백, 북 도발 자극… 반대로 북 먼저 나서도 중 자극
한반도-대만 문제 이렇게 긴밀한데 대만해협이 무슨 상관이냐고?


[김성한, "대만해협과 한반도 안보는 불가분 관계다," 조선일보, 2024. 3. 27, A34쪽.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 저지를 이유로 침공을 단행할 경우, 미국 주도의 서태평양 해양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기에 대만의 안보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업 TSMC로 대표되는 대만의 기술력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반면,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표방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에 근접시키게 될 경우, 시진핑 주석이 내세우는 조국 통일의 대업은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통제 범위 내에 대만이 머물도록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을 선포하기 전인 2017년 12월까지 중국은 열한 차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대만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2021년 11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다. 북한이 2022년 수십 차례 도발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는데도 중국은 추가 유엔 안보리 결의는커녕 의장성명 채택조차 거부했다.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으면 중국도 북한 비핵화에 협조할 수 없다는 ‘대만-북한 연계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을 일찍이 간파한 미국의 전략적 대응도 변화했다. 2021년 5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은 한반도 이외 지역의 비상사태와 지역 안보 위협 상황에 따른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해협 위기 시 주한미군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필자가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근무할 때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우리와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대만해협 사태 시 한국의 입장과 대응을 물어보곤 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급속도로 올라간다. 대만해협 사태 시 주일미군에 이어 주한미군까지 군사행동에 나서게 되면 한반도에 ‘힘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자연(nature)과 마찬가지로 힘(power)은 공백(vacuum)을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주한미군의 ‘이탈’로 생긴 한반도 힘의 공백은 이를 메우려는 북한의 야욕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의 도발 시 단호히 대응할 것이나, 주한미군의 공백을 의식해 남북한 모두 무리수를 두게 되면 남북 확전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주한미군의 주력은 육군과 공군이므로, 육군이 아닌 해·공군과 해병대가 필요한 대만해협 사태 시 투입될 수 있는 주한미군은 공군력 일부가 될 것이다. 대만보다 북한에 대처하는 게 주한미군의 일차적 임무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북한이 먼저 대규모 대남 도발을 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북한에 집중한 틈을 이용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제1 야당 대표가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라고 한 것은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대만과 한반도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한만 대상이고 대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것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2023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도 반한다. 북한은 물론 대만을 포함한 다양한 역내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한반도에서 한미 동맹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길이다.

우리는 한중 관계를 ‘상호존중’에 기반해 발전시켜 나가고 실질적 한·중·일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대북 억제에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에너지 수송로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안전을 확보하고 북한의 오판도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서태평양 지역에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합동성이 제고돼 미국 주도의 역내 질서가 확고해져야, 내년 초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규모와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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