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2016.09.28 10:38
[이춘근, “北核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조선일보, 2016. 9. 14, A27;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 상태는 통제 불능"이라 말했다. 언론들도 김정은을 '핵 광인(狂人)',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 '발가벗고 서 있는 꼴'이라며 현 상황을 처절하게 묘사했다. 기왕의 대북 정책으로는 북핵을 포기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 결과 비상(非常)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의미에서 김정은을 광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핵무기 체계 완성을 위한 김정은의 집요한 노력과 전략마저 미친 행동으로 보면 안 된다. 김정은의 핵개발 노력은 핵전략 이론의 진수(眞髓)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왕의 전략 이론들은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심했다. 반면 핵전략 이론은 어떻게 하면 전쟁을 회피 혹은 억제할(deter) 수 있느냐의 문제에 집중한다. 핵무기는 실제로 쓰는 데서 효용을 찾기보다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효용성을 찾는다. 쓰겠다고 협박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이 핵무기다.
많은 식자가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서 핵을 만든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핵폭탄이 아니라 빵과 옷을 만들어야 했다. 북한의 꿈은 통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6․25 전쟁을 통해 미국과 철천지원수가 된 북한은 지금도 미국만 빠져 준다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소멸시키는 작업에 미국이 개입할 수 없게 하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보았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집요한 불가침조약, 평화협정 체결 요구들을 모두 거부했다. 미국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파괴하려 할 경우 한국 편에 서서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은 결국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는 한, 한국과 단독으로 통일의 한판 싸움을 벌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자국 본토로 날아올 북한 핵미사일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날 북한은 사실상 한국과 1:1로 통일을 위한 결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Mor- genthau)는 "다투는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핵무장 했고 다른 한 나라는 그렇지 않을 경우, 핵무장 하지 않은 나라는 옵션이 두 가지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첫째, 마치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대들다 죽는 것. 둘째, 미리 항복하는 것.
북한의 핵전략은 결단의 순간이 왔을 때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고,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믿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한국을 전쟁도 하지 않은 채 접수하는 것이다. 김정일이 이미 수십 년 전 했던 말이다. "수령님 대(代)에 조국을 통일하자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조국 통일 대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대안이 별로 없다. 김정은이 핵 망나니로 판명된 이상, 이스라엘식 북핵 제거작전, 김정은 정권 교체, 미국 전술핵 재반입, 마지막 수단인 핵무장 등을 심각히 고려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김정은의 핵에 농락당하며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