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쌀·비료 지원의 숨겨진 진실
2005.09.15 10:22
[남재중, "對北 쌀·비료 지원의 숨겨진 진실," 미래한국, 2005. 6. 4, 4쪽; Jae Nam, 美 이지스재단 대표.]
한국은 최근 남북실무자회담을 통해 북한에 비료 20만 톤을 지원키로 하고 즉시 선적에 들어갔다. 조국의 운명이 걸린 북한 핵문제는 아랑곳않고 비료만 선뜻 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이냐는 논란은 별개로 하고, 북한의 황폐해진 농토는 비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대북 비료지원의 성격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비료지원을 이른바 ‘인도적 지원’ 품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세계역사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이론이란 점이다.
비료가 화약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번 용천 폭발사고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만큼 주의를 요하고 분배·사용과정에 대한 철저한 투명성이 요구되는 물품이다. 얼마전 한 관계부처 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있어 이 문제를 제기했더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아직 미국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지원되는 물자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무조건 수용하는 대부분의 국민 인식도 문제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비료를 화약제조 물질로 전용(轉用)하지 않더라도 다른 문제가 있다. 지난 수년의 전례를 보면, 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비료를 북한당국이 실수요자인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배하지 않고 돈을 받고 팔았던 일들이 있었다. 한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 결국 북한의 정권유지 비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포장하에 국민의 귀와 입을 막고 있는 다른 사례가 또 있다. 대북 쌀지원이 그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북한 식량 지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해 지원하는 것과 장기저리 융자방식이 있다. 한국 정부는 2001년 10월 북한 당국과 맺은 장기저리융자 방법을 사용해 매년 30만~40만 톤에 달하는 쌀을 지원해 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내 쌀값이 비싸니 국제 현물가격으로 처리하고 그 차액은 국민 세금으로 상쇄한다는 것은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2001년 남북간 쌀지원 협상 당시 북한당국은 현물차관 방식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당시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되어 있던 결식아동, 노숙자 문제 등으로 대북 무상지원이 국민감정에 좋지 못하게 비쳐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해 현물차관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기가 막힌 것은 이런 현물차관 방식을 거부하는 북한 당국을 설득한 한국 정부의 논리였다. 한국 정부측은 북한측에 “이렇게 빌려주는 돈은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형식적인 절차만 밟아 달라”고 해서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현물차관은 대북지원 누계에도 잡히지 않으니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지원 상한선(연간 5,000억원)을 피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추측된다.
그 후 수 년 동안 한국 정부는 현물차관 형식으로 대북 쌀지원을 해 왔다. 도대체 이 명목으로 북한에 나간 차관 누계가 얼마가 되는지,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앞에서 본 대북 쌀과 비료지원의 ‘진실’은 한국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있는 전형적인 예이다. 특히 현물차관 형식은 큰 문제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보면 비록 돈은 남측에서 나왔지만 ‘내가 내 돈으로 샀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고, 남측 입장에서 보면 분배에 대해 가타부타 할 명분을 상실하는 셈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영상매체에서 한국에서 지원된 쌀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채 북한 장마당에서 포대째 팔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런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입도 벙긋 못하는 것이 한국 정부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은 ‘포장째 팔리고 있으니 이는 한국이 잘 산다고 북한 국민에게 알린는 셈’이라는 식으로 자화자찬까지 했다.
굶주림에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지원하자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분배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적 차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원되는 물품들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 전달되는지를 알고자 한다.
국제사회는 이제 그런 대북지원의 투명성 확보에 한국 정부가 장애가 된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 정권이 ‘인도적 지원’ 물품까지도 팔아 정권유지비용으로 충당하고 이를 한국 정부가 일조하는 결과는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최근 남북실무자회담을 통해 북한에 비료 20만 톤을 지원키로 하고 즉시 선적에 들어갔다. 조국의 운명이 걸린 북한 핵문제는 아랑곳않고 비료만 선뜻 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이냐는 논란은 별개로 하고, 북한의 황폐해진 농토는 비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대북 비료지원의 성격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비료지원을 이른바 ‘인도적 지원’ 품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세계역사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이론이란 점이다.
비료가 화약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번 용천 폭발사고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만큼 주의를 요하고 분배·사용과정에 대한 철저한 투명성이 요구되는 물품이다. 얼마전 한 관계부처 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있어 이 문제를 제기했더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아직 미국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 괜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지원되는 물자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무조건 수용하는 대부분의 국민 인식도 문제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비료를 화약제조 물질로 전용(轉用)하지 않더라도 다른 문제가 있다. 지난 수년의 전례를 보면, 이 ‘인도적 차원’의 지원비료를 북한당국이 실수요자인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배하지 않고 돈을 받고 팔았던 일들이 있었다. 한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 결국 북한의 정권유지 비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포장하에 국민의 귀와 입을 막고 있는 다른 사례가 또 있다. 대북 쌀지원이 그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북한 식량 지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해 지원하는 것과 장기저리 융자방식이 있다. 한국 정부는 2001년 10월 북한 당국과 맺은 장기저리융자 방법을 사용해 매년 30만~40만 톤에 달하는 쌀을 지원해 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내 쌀값이 비싸니 국제 현물가격으로 처리하고 그 차액은 국민 세금으로 상쇄한다는 것은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2001년 남북간 쌀지원 협상 당시 북한당국은 현물차관 방식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당시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되어 있던 결식아동, 노숙자 문제 등으로 대북 무상지원이 국민감정에 좋지 못하게 비쳐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해 현물차관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기가 막힌 것은 이런 현물차관 방식을 거부하는 북한 당국을 설득한 한국 정부의 논리였다. 한국 정부측은 북한측에 “이렇게 빌려주는 돈은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형식적인 절차만 밟아 달라”고 해서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현물차관은 대북지원 누계에도 잡히지 않으니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지원 상한선(연간 5,000억원)을 피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추측된다.
그 후 수 년 동안 한국 정부는 현물차관 형식으로 대북 쌀지원을 해 왔다. 도대체 이 명목으로 북한에 나간 차관 누계가 얼마가 되는지,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앞에서 본 대북 쌀과 비료지원의 ‘진실’은 한국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있는 전형적인 예이다. 특히 현물차관 형식은 큰 문제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보면 비록 돈은 남측에서 나왔지만 ‘내가 내 돈으로 샀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고, 남측 입장에서 보면 분배에 대해 가타부타 할 명분을 상실하는 셈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영상매체에서 한국에서 지원된 쌀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채 북한 장마당에서 포대째 팔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런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입도 벙긋 못하는 것이 한국 정부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은 ‘포장째 팔리고 있으니 이는 한국이 잘 산다고 북한 국민에게 알린는 셈’이라는 식으로 자화자찬까지 했다.
굶주림에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지원하자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분배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적 차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원되는 물품들이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 전달되는지를 알고자 한다.
국제사회는 이제 그런 대북지원의 투명성 확보에 한국 정부가 장애가 된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 정권이 ‘인도적 지원’ 물품까지도 팔아 정권유지비용으로 충당하고 이를 한국 정부가 일조하는 결과는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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