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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천, “‘민족공조’는 共産化의 前단계 통일전선 전술,” 미래한국, 2005. 9. 3, 4쪽;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김정일의 인질이 된 대한민국"의 저자.」

북한정권은 2000년 6월 정상회담 이후 줄곧 ‘민족공조''민족은 하나'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대남선전에 열중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민족끼리'라는 인터넷 사이트(www.uriminzokkiri.com)까지 동원해 '민족공조'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는 남한의 해석과는 전혀 다르다. 북한 민족공조는 ‘외세배격'과 '선군정치 찬양'이다. 여기서 외세배격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또 선군정치 찬양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대한 영도력을 칭송하는 것으로, 북한에서 '민족' 개념은 '김일성 민족'혹은 '김정일 민족'과 동일시되고 있다.

중국·월남, ‘민족공조'로 공산화(共産化) 성공

‘민족공조'에 관한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자. 평화시에는 민족공조, 전시에는 민족통일전선으로 전개되는 이 책략은 공산진영에서 썼던 상투적 수법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으면서 전쟁과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어 왔다. 민족통일전선으로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오랜 내란과 베트남전쟁의 공산화 과정이다.

민족통일전선은 같은 민족이 하나로 뭉쳐서 통일전선을 구축하여 외세를 타도하자는 것인데, 중국과 베트남의 공산주의자들은 바로 이 민족통일전선을 활용하여 승리할 수 있었다. 장카이섹(蔣介石) 국민당 정부와 마오쩌뚱(毛澤東) 공산당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서 민족통일전선의 기치(旗幟)를 내건 마오쩌뚱의 공산당이 중국대륙을 석권하였다.

마오쩌뚱의 공산주의 세력은 장카이섹의 북벌과 일본군의 공격으로 극도로 취약해졌으나, 1936년 서안사변 이후, 국공내란이 중지되고 민족통일전선을 구축하여 회생(回生)에 성공하였다. 이후 일제가 패망하고 전세가 역전되어 1949년 중국대륙은 공산화되고 말았다. 공산당은 힘이 약해졌을 때에는 대중들에게 반(反)외세를 외치면서 힘을 축적하다가 기회를 노려 무자비하게 반격했다.
인도차이나에서 벌어진 베트남 전쟁에서 호치민의 주도로 북 베트남 공산정권이 사용한 전략도 다름 아닌 민족통일전선 전략이었다.

호치민은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남 베트남에서 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을 구축하여, 베트콩으로 하여금 베트남정권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게 하고, 학생, 종교인, 지식인들에게 민족주의 정서를 호소하며 남 베트남의 정권을 부패한 독재정권으로 몰아붙였고, 전쟁의 원인은 미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반미감정을 고양시켰다. 1973년 전쟁에 지친 미군은 철수하였고, 그로부터 2년 뒤 베트남은 결국 공산화되고 말았다.

킬링필드의 참혹한 결과.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루즈는 전국민의 1/4인 200만을 학살했다.  

민족정서 호소, 주한미군철수 노려

공산주의자들의 술책은 힘이 약해졌을 때 민족공조 전략으로 대중의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하다가 힘이 축적되면 상대방을 집어삼키는 것인데, 북한 김정일의 책략은 남한을 ‘인질󰡑로 만들어 미국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일은 남한의 민족주의 정서와 남한 內에 친북세력들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남북한이 합쳐 외세인 미국과 일본에 저항하고, 자주적으로 민족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궤변'이며 '망언(妄言)'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과연 민족의 문제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통제와 핵개발 문제는 국제적 차원의 문제이다. 또한 외세 개입 없이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면서, 미국과의 회담을 고집하며 한국정부를 대화의 파트너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그 많은 전례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또 다른 저의는 주한미군의 철수와 관련되어 있다. 김정일은 주한미군만 없으면 남한을 손아귀에 넣어 마음대로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김정일의 이같이 방자한 언행은 김정일만의 환상으로 보였지만, 2000년 6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에 불어닥치고 있는 광기(狂氣)어린 ‘평양 러시󰡑 현상을 지켜보면, 김정일의 대남 통일사업의 전망은 전혀 불가능한 과업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남북(南北) ‘연방제' 수립 목표

현재 노무현정권은 북한의 민족공조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백서에 있었던 북한 정권이 ‘주적󰡑이라는 문구가 삭제되었으니 최전방에 있는 우리 국군들은 총부리를 어디로 겨누어야할지 모르게 되었다.

김정일의 민족공조 전략의 차기 목표는 바로 자신들의 말을 잘 듣고 언제든지 대북 원조를 아끼지 않는 제3차 친북 좌익정권의 수립이며, 최종 목표는 남한에 공산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 중간 단계가 남한 內 친북, 좌익정권을 등장시켜 연방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주한미군을 축출하여 마침내 남한을 완전히 접수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핵카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협상무기이다.

북한식 민족공조에 대한 얼빠진 동조 분위기는 한미동맹관계를 균열시키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야기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는 북한의 민족공조 전략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는 대항적 논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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