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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탄광과 광산에서 짐승같이 살아

2005.11.12 16:35

관리자 조회 수:1059 추천:132

「서영석, "국군포로, 탄광과 광산에서 짐승같이 살아," 미래한국, 2005. 9. 10, 5쪽; 서영석, 6·25전쟁포로가족모임 대표.」

지난해 12월 윤광웅 국방장관은 국회대정부 질의·답변을 통해 북한에 억류된 6·25참전 국군포로 중 현재 540여 명이 생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1994년 조창호 소위의 탈북 이래 국군포로 탈북자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음에도 ‘국군포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정부 역시 '북한이 국군포로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이상 현실적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남북당국자회담에서 이 문제는 정식의제로 채택되지 못했다.

국군포로 공개처형 무수히 일어나

국군포로들을 이대로 방치해 두는 것은 옳은 일인가? 국군포로들은 길게는 20여 년 간 수용소생활을 한 뒤 다시 탄광이나 광산 등지로 끌려가 평생을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본인들의 의사는 물론 철저히 무시됐다. 포로송환협정이 있은 후 고향으로 보내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국군포로 수 백 명을 집단 공개처형하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났다. 이는 나의 아버지를 비롯한 숱한 국군포로들이 증언하는 생생한 체험이다. 
 
국군포로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중노동을 하며 짐승취급을 당해야 했다. 혹독한 감시 속에서 육체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지하막장에서 일을 하는데도 보호 장비는 지급돼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국군포로들은 이름도 없이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고향이 그리워도, 부모형제가 보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면 막장 보다 살벌한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무법천지의 생지옥, 그곳이 바로 북한이다.

자녀들도 대(代)를 이어 중노동

국군포로 자녀들의 삶은 이보다 나을까? 아버지가 국군포로 출신성분이라는 것 때문에 대학이나 군대에도 갈 수가 없다. 대를 이어 탄광이나 광산에서 일하는 게 우리들의 운명이다. 결혼할 때도 항상 국군포로의 자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어려움을 겪는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간답게 생활할 수 없게 만든 뒤 부모에 대한 원망과 한탄 속에서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이 국군포로자녀들의 현실이다.

조국 대한민국을 찾아 50여 명의 국군포로가 입국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정부의 도움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 역시 탈북 후 중국 내 남한영사관을 찾았을 때 들었던 얘기는 ‘돌아가라! 돌아가지 않으면 중국공안에 신고하겠다'는 말에 불과했다.  
지금 생존해있는 국군포로들은 함경북도의 은덕군 아오지탄광이나, 함경남도 단천시 검덕광산 등에 있는 탄광과 광산에서 집단거주하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들의 생존을 확인하고도 국군포로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은 김일성이 저지른 6.25남침전쟁에 맞서 조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다.

국가가 국군포로들을 방치한다면 누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하겠는가? 애국은 국민 개개인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들의 존엄을 지켜줄 때에만 애국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노무현 정부는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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