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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맞는 게 편하다’는 경찰의 마음

2006.05.16 10:48

관리자 조회 수:1009 추천:138

[사설: “‘시위대에 맞는 게 편하다’는 경찰의 요즘 마음,” 조선일보, 2006. 4. 19, A35쪽.]

시위대에 매를 맞는 전경을 구출하려던 경찰들이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 GM대우 공장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때 이마가 찢어지고 팔꿈치 인대가 늘어난 경찰관 4명은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만 받고 지금 부상한 몸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왜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는지를 묻는 물음에 이들은 “폭력 경찰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몇 대 맞는 게 속 편해서”라고 대답했다. “가족들에겐 맞았다고 얘기 못하고 길가다 넘어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너무 아프고 서글프다. 아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당시 노동단체 회원 150여명은 집회 신고에 없던 가두 행진을 하다 이를 맏는 전경을 끌어내 헬멧을 벗기고 두들겨 팼다. 전경을 구하려 창원 중부서의 경찰들이 달려가자 이들까지 짓밟고 때리고 걷어찼다. 경찰 지휘부는 이 경찰관 폭행 현장을 사진으로 다 찍어놓고도 GM대우 분규 해결에 지장을 줄까 봐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시위대에 얻어맞고, 얻어맞는 사람을 구하려 갔다가 되레 집단폭행을 당해야만 민주경찰인가.

200년부터 작년까지 3000여명의 전·의경이 폭력시위를 막다가 몸을 다쳤다. 작년 한 해에만 747명이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턱이 으스러진 사람도 있고, 경기경찰청의 한 의경처럼 평택 미군기지 반대시위대에게 끝이 갈아진 대나무창으로 찔려 눈을 잃어버린 일도 있다.

폭력시위 이야기가 나오면 곧장 ‘과잉진압도 문제’라는 양비론(兩非論)을 들고 나오는 것이 정권 쥔 사람들의 상용논법이다. 진압경찰을 불타 죽게 한 부산 동의대사태 관련자들은 민주화 인사가 되고, 불법·폭력시위를 진압하다 불상사가 생기면 경찰 총수가 옷을 벗어야 하는 세상이다. 이런 나라이니 경찰도 “차라리 시위대에 몇 대 맞는 게 편하다”는 쪽으로 마음을 아예 놓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무섭다. 그 다음으론 경찰이 공연히 권력과 시위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느니 세상이, 나라가 뒤집히는 게 차라리 편하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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