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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협상,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 세력권에 편입된다


[김재천, "北核 협상,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 세력권에 편입된다," 조선일보, 2018. 8. 1, A30쪽; 서강대 교수. 국제정치.]

                           

한반도는 미국·중국의 힘이 '균형 또는 긴장'을 이루던 지역이다. 그러나 올 들어 북핵 협상 진행을 보면 균형이 중국 쪽으로 쏠리는 조짐이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이슈는 북핵 해결이지만 물밑에는 미·중이 북핵을 계기로 동북아 세력 재편이라는 더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를 간과하면 한국은 부지불식중에 중국 영향권에 편입되거나 포획될 수 있다.

북핵 협상 초반에는 미국이 기선을 잡았다. 북한 스스로 대화를 요구하며 미국에 접근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으로 호응했다. 남·북·미 3국만 참여하는 종전 선언도 가능해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을 세 번이나 불러 문단속을 하며 북·중 동맹 강화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북한 단속 차원에서 비핵화 협상에 일일이 개입하며 이를 지연시켰다. 또 종전 선언, 평화 협정 논의를 가속화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약화를 유도하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확보한 전략적 기득권을 축출(逐出)하려 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위원이 비밀리에 방한해 정전 선언 추진과 사드 문제를 논의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 정부를 회유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보다 종전 선언, 평화 협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우리 안보는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미·중 역학 관계까지 염두에 두며 상황을 관리하고 안보 전략을 정비해야 하는데 과연 그러는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남북 교류보다 북한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평화 협정만 해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선행돼야만, 미국 의회 비준이 가능하다. 미·북 관계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비핵화는 미국에 맡겨놓고 대북 제재 약화를 초래할 남북 교류에만 몰두하면 중국의 입지만 강화시키는 꼴이 된다. 미국은 남북 교류의 대북 제재 예외를 요청한 문재인 정부에 오히려 '대북 제재 주의보'를 공식 발령했다.

중국이 대놓고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마당에 한국이 중국 쪽에 설 이유가 있을까. 지금은 남북 교류보다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 등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작성해 미국을 독려하고 북한·중국·러시아를 설득해 비핵화를 조속하게 견인하는 작업이 더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북핵 이후(以後)'까지 보면서 관리하고 일본과의 안보 협력도 제고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국의 한반도 패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정책 기제다.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 아시아·인도·태평양 동맹 강화는 미국 외교정책 주류 세력의 강력한 합의사항이다. 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지역 안정에 기여하고 지구촌 문제에 대처하는 지역 동맹화, 글로벌 동맹화 작업도 속도를 내야 북핵 이후에도 한·미 동맹 유지를 정당화할 수 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멀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故)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박사는 저서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에서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미국 영향력이 쇠퇴하고 중국이 약진할 경우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대(對)중국 편승, 자체 군사 대국화, 일본과의 안보 협력 중 하나라고 했다. 인접한 패권국(중국)에 편승하는 전략은 일방적 의존과 자율성 상실로 직결될 게 자명하다. 중국에 맞설 수 있는 한국의 군사 대국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없는 동북아'를 상정할 경우 국제 규범과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한·일 협력은 중국 패권을 예방하고 견제할 효과적인 카드이다. 국민 정서가 부담이지만 정부가 앞장서 대승적 견지에서 한·일 관계를 전향적으로 관리·발전시켜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 패권 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한국은 자주권과 안보 이익 수호에 어려움을 겪었다. 북핵 협상이 진행되면서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한반도의 안보 지형(地形)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종전 선언, 평화 협정과 남북 교류를 서둘러 추진하면 힘의 균형은 중국 쪽으로 더 빨리 기울 뿐이다. 정부의 속도 조절과 신중함이 절실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1/20180731035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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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현 시점의 대북지원·대화 추구는 ‘북핵 제재’ 이탈이다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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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중국의 착각,미국의 오해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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