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설: "미국 탓, 화이자 탓, 야당 탓, 언론 탓, 백신 꼴찌 정부의 남 탓"
2021.05.06 13:30
미국 탓, 화이자 탓, 야당 탓, 언론 탓, 백신 꼴찌 정부의 남 탓
[사설: "미국 탓, 화이자 탓, 야당 탓, 언론 탓, 백신 꼴찌 정부의 남 탓" 조선일보, 2021. 4. 28, A31쪽.]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부족 사태에 대해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강대국의 백신 사재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합도 국제 공조도 뒷전이 되어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주로 미국 유럽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어느 나라가 미국 유럽처럼 하지 않겠나. 남 탓 하기 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백신을 확보했어야 했다. 백신 확보 노력을 게을리한 잘못은 사과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코로나 자국 우선주의 확산은 세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엔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미국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조기 도입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바이든 미 대통령을 설득해야 할 처지다. 미국은 안보 협의체 ‘쿼드’의 가입국인 인도가 코로나 위기에 빠지자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자국 이기주의만 있는 게 아니라 도울 나라는 돕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도움을 받아야 할 미국은 힐난하고 중국 편을 드는 모습을 보였다. 백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태다.
정부와 여당도 걸핏하면 외국 제약사 탓을 한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화이자 등의 요구가 매우 무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한 건 미국이나 화이자 때문이 아니라 백신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던 정부 탓이다. 제약사는 자신들 사업 계획과 계약, 시장 상황에 따를 뿐이다.
이제는 야당과 언론 탓까지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일부 언론이 가짜 뉴스로 방역을 정쟁화해 왔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가짜 뉴스라고 언성을 높였다. 백신 공급 차질에 대한 언론 보도나 우리 백신 접종률이 세계 100위권 이하라는 야당의 지적은 명백한 사실이다. 오히려 가짜 뉴스 생산 공장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었다. 문 대통령은 작년 “코로나 터널 끝이 보인다”고 했다고 사흘 만에 “방역 비상 상황”이라고 말을 바꿨다. “2분기부터 모더나 2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췄다”고 자화자찬을 했지만 모더나 백신 2분기 도입은 무산됐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모더나 쪽에서 빨리 계약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진상을 호도하는 거짓이었다. 이 정부의 남 탓과 자화자찬에 국민은 이제 화내기도 지쳤다. 미국 탓, 제약사 탓, 야당 탓, 언론 탓 그만하고 백신 도입의 성과로 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