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2009.06.17 16:13
[사설: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조선일보, 2009. 6. 8, A35쪽.]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초대 의장을 지낸 강희남(89) 목사가 6일 “제2의 6월 민중항쟁으로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목매 자살했다. 범민련은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다. 강씨는 5월 1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항의하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양키추방과 련방제 통일만이 이 민족의 살길이라는 신념 하나로…내 집을 양키대사관 앞이라 여겨 입 대신 몸으로 말하려고 이 길을 간다”며 자살을 예고했었다.
강씨는 목사 신분이면서 친북․반미․반(反)대한민국 이념을 설파하고 실천에 옮기는 데 일생을 걸었던 사람이다. 김일성 사망 당시 “북(北)에 조문 간다. 길 비켜라”는 문건을 지닌 채 평양에 가려다 구속되는 등 친북활동으로 3차례 구속된 바 있다. 연로한 최근까지도 “이북(以北) 내 조국이 핵을 더 많이 가질수록 양키 콧대를 꺾을 수 있다”는 식의 친북 발언을 쏟아냈다. “북조선이 최강 아메리카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정신력에 의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 영생(永生)주의’와 ‘김정일 선군정치’의 리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평양방송은 그가 창설 주역이었던 범민련을 ‘애국조직’이라며 “범민련이 결성됨으로써 해(海) 내외 모든 통일 애국역량이 뭉칠 수 있게 됐다”고 치켜세웠다.
강씨는 목사 신분의 성직자다. 누구보다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는 데 앞장서야 했을 사람이다.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자살을 죄악으로 여기는 것은 생명 그 자체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째서 이념과 정치투쟁의 노예가 됐고 끝내 그 이념과 투쟁을 위해 목숨을 수단으로 삼기에 이른 것인지 안타깝다. 그의 유서에선 죽음을 자기 하나의 문제를 넘어 남은 이들의 투쟁을 선동하는 도구로 삼으려는 의지가 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택한 비극적 결말을 계기로 야당과 노동운동권, 시민단체 등이 대대적인 6월 반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씨의 자살이 사회를 더 극심한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야당 등에서는 “긴장뿐인 남북관계와 정권의 비민주적 통치에 대해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저항과 희생의 뜻을 담아 스스로 던져버리신 것”이라며 강씨 죽음을 미화하고 나섰다.
안 그래도 우리 사회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며 생명경시 풍조가 심화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성적 비관이나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도 심각한 터에 자살까지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죽음의 굿판’이 사회를 휩싸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초대 의장을 지낸 강희남(89) 목사가 6일 “제2의 6월 민중항쟁으로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목매 자살했다. 범민련은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다. 강씨는 5월 1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항의하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양키추방과 련방제 통일만이 이 민족의 살길이라는 신념 하나로…내 집을 양키대사관 앞이라 여겨 입 대신 몸으로 말하려고 이 길을 간다”며 자살을 예고했었다.
강씨는 목사 신분이면서 친북․반미․반(反)대한민국 이념을 설파하고 실천에 옮기는 데 일생을 걸었던 사람이다. 김일성 사망 당시 “북(北)에 조문 간다. 길 비켜라”는 문건을 지닌 채 평양에 가려다 구속되는 등 친북활동으로 3차례 구속된 바 있다. 연로한 최근까지도 “이북(以北) 내 조국이 핵을 더 많이 가질수록 양키 콧대를 꺾을 수 있다”는 식의 친북 발언을 쏟아냈다. “북조선이 최강 아메리카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정신력에 의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 영생(永生)주의’와 ‘김정일 선군정치’의 리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평양방송은 그가 창설 주역이었던 범민련을 ‘애국조직’이라며 “범민련이 결성됨으로써 해(海) 내외 모든 통일 애국역량이 뭉칠 수 있게 됐다”고 치켜세웠다.
강씨는 목사 신분의 성직자다. 누구보다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는 데 앞장서야 했을 사람이다.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자살을 죄악으로 여기는 것은 생명 그 자체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째서 이념과 정치투쟁의 노예가 됐고 끝내 그 이념과 투쟁을 위해 목숨을 수단으로 삼기에 이른 것인지 안타깝다. 그의 유서에선 죽음을 자기 하나의 문제를 넘어 남은 이들의 투쟁을 선동하는 도구로 삼으려는 의지가 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택한 비극적 결말을 계기로 야당과 노동운동권, 시민단체 등이 대대적인 6월 반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씨의 자살이 사회를 더 극심한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야당 등에서는 “긴장뿐인 남북관계와 정권의 비민주적 통치에 대해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저항과 희생의 뜻을 담아 스스로 던져버리신 것”이라며 강씨 죽음을 미화하고 나섰다.
안 그래도 우리 사회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며 생명경시 풍조가 심화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성적 비관이나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도 심각한 터에 자살까지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죽음의 굿판’이 사회를 휩싸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