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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강자 편에 서야 한다면 미국이 정답… 그렇다고 경제 의존 높은 중국도 멀리 못 해
우리의 길은 경제는 중국 의존도 낮추고 미·중 외에 우방 많이 갖는 것

[김대기,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2020. 2. 5, A30쪽; 단국대 초빙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 대한민국 수호
                            

다음은 고종이 1890년 6월 양어머니인 조대비가 서거했을 때 청나라 황제에게 보낸 서신이다. "당신의 신하 조선의 왕 이희는 어머니 조씨가 서거했음을 공손히 알립니다. 저는 폐하 앞에 큰 걱정과 슬픔에 잠겨 무릎을 꿇습니다. 종은 폐하께서 자비롭게 배려해주시기 청합니다." 이 정도면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시진핑의 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외에도 조선은 왕이 부임 시 중국 황제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매년 엄청난 공물을 바쳤다. 중국 사신이 황제의 친서를 가지고 오면 왕이 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네 번 절했고, 사신이 떠날 때는 백성들이 길에 나와 황제의 은총을 기뻐하며 춤을 춰야 했다. 청나라 황제는 "주변국 중 이희만큼 충성스러운 신하가 없다"고 칭찬했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선조들의 행위가 창피하기 짝이 없지만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나라이다. 주변 55개 민족을 병합했고 특히 티베트와 위구르는 무력으로 잔혹하게 짓밟은 전력이 있다. 우리가 이 정도 살아남은 것은 조상들이 비굴하게나마 목숨을 부지한 덕택이다.

그랬던 우리가 근세에 들어 중국보다 잘살게 된 것은 기적이었다. 조상들이 환생해서 지금 우리가 중국에서 발 마사지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중국과 관계를 끊고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진작 이렇게 해서 세계 대국으로 굴기했는데, 우리는 한발 늦어 수모도 많이 당했지만 그나마 이 정도 살고 있다. 여기에는 외세를 막아주고 엄청나게 큰 자유 시장을 내준 미국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근자에 들어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과거 영화를 재현하려는 중국몽을 키우고 있다. 그 속내는 칭화대 옌쉐퉁 교수가 밝혔듯이 주변국들이 다시 중국의 신하 국가로 복귀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충성스럽던 우리에게 미국과 관계를 끊고 중국 편에 서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어 우리로서는 갈수록 난감한 상황이 되고 있다.

강자 편에 서는 것이 안전하다면 미국이 답이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산 원유는 중국이 수입하는 중동산보다 배럴당 5~10달러 이상 싸졌다.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힘도 막강하고, 세계 모든 혁신이 미국에서 일어날 만큼 과학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인구 구조도 중국은 생산가능 인구가 2016년부터 계속 감소하지만 미국은 향후 100년간 튼튼하게 늘어난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은 사회 시스템도 취약하여 이변이 없는 한 현 세기 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는 미국 편에 서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적으로 경제 의존이 높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을 멀리할 수도 없다. 미국이 고립주의가 심화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도 꺼림칙하다. 그렇다고 중국 편에 서는 것은 더 절망적이다. 미국이 떠나는 순간 경제 폭락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속국 신세가 되면서 겪어야 할 수모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되니 묘안이라고 나온 것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지만 이것 역시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약소국의 뜻대로 움직인 사례는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전환기에는 역사에서 답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역사의 교훈은 '힘이 약한 나라는 결국 당한다'는 것이다. 조선 역시 힘을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중국만 믿고 있다가 망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부국강병하는 길 외에는 없다. 경제는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고, 외교에서는 한쪽에 편향되지 않게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다. 외국 석학들은 미·중 외에 우방을 많이 가질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전혀 반대이다. 부국강병은커녕 국민은 분열되고, 경제는 이념화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으며, 북한만 바라보는 외교로 국제사회에서는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우방인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이다.

현 정권의 지나친 친중 편향도 우려스럽다. 여권 인사들이 중국몽을 칭송하 고, '주한미군 철수해도 된다' '중국의 핵우산으로 들어가자'는 등 주장하는 것은 가볍기 짝이 없다. '미국, 일본이라는 원심력이 없으면 중국의 구심력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 전략 책임자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현란한 수사(修辭)보다 미래 생존을 위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4/20200204038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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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6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3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2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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