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자유와 폭정이 맞설 때 어느 편을 들 건가?," 조선일보, 2020. 6. 2, A30쪽.] → 자유 대한민국 수호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세력은 대한민국 모든 부문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조만간 꽝 할 마지막 한 방(공수처, 언론·교회·기업·양심·표현의 자유 죄기, 사유재산권 제약, 개헌)이면 '한쪽으로 확 쏠린 세상'이 닥칠 것이다.
이 쏠림 추세는 더불어민주당이 새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모조리 쓸어가려는 데 잘 나타나 있다. "박정희 때 그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럼 '민주화 운동'은 뭐였나? 유신·5공에 반대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신들도 훗날 집권하면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었나?
미래통합당도 이 추세에 어정쩡한 몸짓으로 동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통합당 일부는 대한민국을 '제국주의 식민지'로 보는 운동권 탈레반보다, 이에 강하게 맞서려는 사람들을 더 탈레반 같다며 적대하니 말이다. 그런 쪽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진실 여부가 채 가려지기도 전에 "그런 말조차 하지 말라"며 길길이 뛴다. 정작 화를 낼 여당보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오늘의 한국 제도권 정치 지형에선 그래서 자유·보수·우파란 위치가 소멸했다. '이승만·백선엽'이 상징하는 바가 삭제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 대한민국 유민(流民)들에겐 비빌 언덕, 머물 구석, 솟아날 구멍도 더는 없다는 것일까? 이걸 알려면 자유민주 국민이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파악해야 할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국내 정치의 눈금으로만 보지 말고 국제 정치의 더 큰 눈금으로 보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금 엄청난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전체주의 대륙 세력과 자유주의 해양 세력의 일대 충돌이 그것이다. 북한·중국·러시아가 전체주의 대륙 세력, 한국·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대만·인도·홍콩이 자유주의 해양 세력이다. 이 두 세력은 2020년 들어 치열한 가치 싸움, 이념 싸움, 정치·경제 싸움을 시작했다. 자유 한국인들이 비빌 언덕, 머물 구석, 솟아날 구멍도 이 국제 정치의 큰 틀에서 찾아야 한다.
보고서는 이렇게 운을 뗀다. "지난 시대 미국이 중국을 끌어안은 것은 중국을 개방되고 책임 있는 글로벌 주주(株主)의 하나가 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유·개방·법치의 세계 질서를 자신들의 전체주의 야망에 맞춰 악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스스로 세계를 중국 공산당 이념에 맞춰 변혁시키겠다는 것을 공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라는 미국적 가치를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란 논고였다. '홍콩보안법'이 가장 최근 사례일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특별 지위 박탈'로 응수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 취임에 축전을 보내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미국 증시에서 중국 주요 기업들을 쫓아냈다. EPN(경제 번영 네트워크)을 짜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따돌리기로 했다. 우주군을 창설해 대기권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월등하게 배치한다고 했다. 미국 상원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할 기도조차 하지 말라"는 '태평양 억지력 구상'을 의결했다. 깜짝 나타난 김정은이 핵전력 강화를 말하자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최악의 경우 군사 옵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은 한국 문재인 정부와 자유민주 국민을 향해 "어느 편에 설 건가?"를 묻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소통하되, 부정적인 견해가 나와도 일을 만들어 밀고 나갈 것"이라 했다. 여차하면 대북 제재를 어기라는 소리다. 그렇게 했다가 어찌 될지 알고 한 말일까? 제3자 제재라는 게 애들 장난인 줄 아나?
이런 상황인데도 미래통합당 일부는 '자유·보수·우파'란 말을 자기들 사전에서 지우겠다고 했다. 자유 민주 국민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해양과 대륙, 문명과 반문명, 자유와 폭정이 맞설 때 우리는 단연 해양 편에 서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미·중 충돌의 불똥은 위태롭지만 싸우는 한국 자유인들에겐 기회도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