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민국보수] 무너지는 ‘포퓰리즘 좌파 장기 집권론’
2021.12.03 10:51
무너지는 ‘포퓰리즘 좌파 장기 집권론’
정치권의 퍼주기를 즐기는 듯하던 국민이 ‘No’라 하기 시작했다
유권자를 중독시켜 정권을 연장하려는 좌파의 집권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박정훈, "무너지는 ‘포퓰리즘 좌파 장기 집권론’," 조선일보, 2021. 11. 26, A34쪽.]
10년 전 취재 간 그리스에서 한 나라를 파산으로 몰아간 정치 포퓰리즘의 말로를 생생히 목격했다. 그곳은 집단 광기가 휩쓰는 카오스(혼돈)의 나라였다. 국가 부도를 피하려 방만한 복지 지출을 줄이자 반발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아테네 한복판에서 투석전이 벌어지고, 청소 노조 파업으로 거리마다 쓰레기 봉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경찰관들이 제복까지 입은 채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재판 중인 범죄자들이 판사 파업으로 거리를 활보할 지경이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복지의 파티’를 멈추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때 만난 아테네 상공회의소 간부의 자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포퓰리즘을 ‘탱고 춤’에 비유했다. 처음 국민을 꼬드긴 것은 좌파 정치가였다. 하지만 이내 국민도 공범이 됐다. 탱고의 달콤함에 취한 그리스 국민은 선거 때마다 나랏돈 퍼주는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렇게 정치와 국민이 서로 부둥켜안고 망국(亡國)의 춤판을 벌였다. 그 간부는 “탱고는 혼자 출 수 없다”고 했다. 포퓰리즘의 악마성을 이처럼 정확히 짚은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포퓰리즘 정치는 마약 메커니즘과 다르지 않다. 본질은 중독성이다. 선심성 복지로 국민을 유혹해 국가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단 중독만 시켜 놓으면 선거 승리는 식은 죽 먹기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가 침체될수록 선거 공학적 효과는 커진다. 먹고살기 힘들어야 국민이 더 포퓰리즘에 안달하게 되니까.
‘남미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있다. 경제를 황폐화시키고 재정을 거덜 낸 포퓰리즘 정당이 선거만 하면 승리하는 기현상이다. 베네수엘라는 수많은 국민이 끼니조차 못 때우는 실패 국가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좌파 정권이 집권 중이다. 아르헨티나 역시 복지 축소의 ‘금단 증세’를 못 참은 유권자들이 좌파 포퓰리스트에게 또 정권을 안겨 주었다. 마약중독자가 마약상에게 매달리듯, 국민이 생활고에 시달릴수록 자신을 그런 처지에 몰아넣은 포퓰리즘 정치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한국의 운동권 좌파도 남미 모델을 벤치마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이 그랬다. 국민의 경제적 자립을 막으려 작정이라도 한 듯한 정책이 4년 내내 펼쳐졌다. 듣도 보도 못한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워 일자리를 줄이고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국민 살림살이를 곤궁하게 해놓고는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고 지갑도 채워주겠다고 했다. 서민은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집값을 올려 놓고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 들어와 살라고 했다. 어떤 정권 핵심은 ‘자기 집이 없어야 좌파에 투표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이게 본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