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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박성희, "대한민국 지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조선일보, 2021. 12. 24, A30쪽.]


내가 좋아하는 교수 중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이 더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명문대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신자유주의나 과도한 능력주의보다 평등이나 공정한 분배에 더 가치를 두는 괜찮은 사람이다. 지금 정부 언저리에서 이런저런 일을 맡아 분주한 그에게 나는 당신이 유학 가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돌아와 지식인으로 활동하는 모든 게 대한민국이라 가능한 거 아니냐며 논쟁하곤 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양당 후보 간의 대결 구조로 짜이면서 마치 정책을 달리하는 두 정파 간 경쟁이라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유권자들은 매양 같은 얼굴인 여의도 군상들을 보며 왜 우리 정치는 이 모양인지 혀를 차거나, 검증의 탈을 쓴 네거티브 공세에 가짜 뉴스가 합세하여 생산해내는 후보들의 흠결을 감상하고, 가짜 뉴스를 능가하는 인터넷의 ‘딥페이크’ 영상을 즐기면서 누가 더 비호감인가 한가롭게 저울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러고 싶다. 바닐라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놓고 고민하듯, 뒷짐 지고 가끔 욕하며, 그런 보통 선거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히도 지금 대한민국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고, 내년 대선은 그냥 정치 행사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짙은 안개를 헤치고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을 출생부터 부정하고 깎아내린 이상한 정부가 보인다. 이 정부는 집권 내내 대한민국을 해방 후 공간으로 끌고 가 분열시키더니 임기 말까지 실체도 묘연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는 북한과의 종전 선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선거는 그 정부가 다시 연장 집권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선거이다.

등장부터 부자연스러웠던 이 정부는 집권 첫해 “2년 뒤인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로 못 박았다. 이어 2018년에는 역사 교과서 집필 시안을 발표하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은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북한 체제 성립의 일등 공신인 김원봉과 조선의용대를 국군의 모체라고 발언했으며, 그해 스웨덴 방문에서는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지녔을 뿐”이라며 6·25전쟁도 쌍방 과실로 만들었다. 6·25 전쟁영웅인 백선엽 장군이 세상을 뜨자 지금 정부는 서울 현충원 안장을 거부했고 장례식 내내 대통령은 침묵했다. 통일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대한민국 국부는 김구”라고 소신 답변을 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지금 정부 집권 내내 감옥에 들어가 있다. 이제 보니 정부가 가둬 놓은 건 적폐도, 우파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아마 코로나가 덮치지 않았다면, 지금 정부는 더 빠르고 확실하게 더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했을 것이다.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막말이나 아들 문제, 시끄러운 대장동 사건조차도 국민의 눈을 흐리게 하는 ‘훈제 청어’에 불과하다. 머리 좋은 그는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거리 두기를 하며 혀끝으로는 박정희를 인정하고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하기도 한다. 선거전이 지저분해질수록, 국민의 관심이 본질에서 멀어질수록, 이 후보에게는 유리하다. 이 후보는 며칠 전 윤봉길 의사 89주기 추모식에서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를 이루겠다”고 했다. 올해 대통령 광복절 축사에 나온 구절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 점령군과 친일 세력의 합작”으로 이해하는 이 후보는 지금 정권과 뜻을 같이하거나, 적어도 대한민국에 대해 무지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功)이 있다면, 그건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주고, 국가의 고마움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제 집 마련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면서, 정작 그 집이 있도록 해주는 국가라는 울타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 누군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눈과 비를 막아주었기에 대한민국이 있었다. 집이건 국가건, 지도자는 만들고 일으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신축은커녕 리모델링할 실력도 없으면서 있던 것조차 허물고 재정을 파탄 내는 사람과의 동거는 짧을수록 좋다.

문 정부는 또 국민을 착시와 환상으로부터 구해주었다. 촛불 시위가 민주라는 착시, 적폐 청산이라는 착시, 지금 정부가 민주 정부라는 착시, 분배 실험이 정의라는 착시, 종전이 평화라는 착시, 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해 준 문 정부는 우리 국민을 이전보다 더 국가관이 확실하고 현명한 국민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도 쓸모 있는 정부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뭔지 모르겠지만 ‘합니다’를 모토로 내세운 이재명 후보 사이, 대한민국은 없었다. 그걸 알았으니 20대 대통령은 진짜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이며 더 확장시켜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개인의 행복 추구를 도와주는 자유, 법치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민주, 그리고 해방 후 혼란의 공간이 아니라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선, BTS와 오징어 게임과 손흥민의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평등도 중요하고 분배의 정의도 실현되어야 한다. 북한과도 화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대한민국이 건재해야 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의 불운한 수장은 문재인 대통령 한 명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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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8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7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8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4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3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2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5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4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3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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