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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무책임제, 이제는 그만

제왕적 권한 행사하면서 문제 생기면 책임 안 지는 文 정권, 대통령무책임제 극치
새 대통령은 청와대서 나와 임기제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역할과 책임 다해야

[이용준, "대통령무책임제, 이제는 그만,"  조선일보, 2022. 2. 3, A30쪽.]


고대 로마는 기원전 509년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수립해 480년간 유지했다. 절대 권력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던지, 로마 공화정 체제는 이를 막기 위한 삼중 사중의 안전장치로 겹겹이 싸여있었다. 로마 민회는 매년 임기 1년의 집정관 2명을 정치 지도자로 선출했고, 두 집정관은 모든 일을 상호 합의로 결정했다. 군대 지휘권은 두 집정관이 하루씩 번갈아 행사했고, 전투 중에도 총사령관이 매일 교대되었다. 외침 등 국가 위기 도래 시 독재관 1명이 임명되기도 했으나, 권력화를 막고자 임기는 6개월로 제한되었다. 절대 권력자 없는 로마에서 원로원은 최고 권력기관이었지만, 원로원의 입법과 결의는 평민회가 선출하는 호민관 10명의 거부권 행사로 견제되었다.


공화정 로마가 중시한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오늘날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것이 미국 헌법이다. 미국 헌법은 의원내각제의 상징적 국가원수와 국정 실권자인 총리를 하나로 묶은 강력한 대통령직을 창설하는 한편,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의회에 부여했다. 로마 원로원을 연상시키는 방대한 권한을 가진 미국 의회는 입법권과 예산권을 독점하고 있고, 외교권과 회계감사권도 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차관보급 이상 공직자에 대한 임명동의권도 갖고 있다.

미국 정치체제는 행정 집행의 권한과 책임이 모두 대통령에게 집중된 대통령책임제다. 대통령은 국정을 직접 책임지고 운영하며, 행정부가 실책을 저지르면 그것이 어느 부처 소관이건 대통령이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진다. 내각은 한국과 달리 제청권도 부서권도 없는 단순 보좌 기관일 뿐이며, 각료가 대통령 대신 책임지고 사임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이런 미국식 대통령책임제를 선택했으나, 세월이 가면서 대통령의 권력은 점점 커지고 책임은 점점 사라져 제왕과 같은 면책의 성역이 존재하는 기형적 ‘대통령무책임제’로 진화했다.

한국 대통령은 공룡처럼 비대한 청와대 친위 조직을 통해 국정을 만기친람하고 집권 여당의 공천과 각 부처 내부 인사까지 개입하는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국정에 차질이 생기면 아무 권한 없는 총리와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빠져나간다. 청와대가 관할 부처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전횡한 경제, 부동산, 탈원전, 방역, 북핵, 안보 등 분야의 무수한 실정들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남의 일인 양 모르쇠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무책임제’의 극치였다. 더욱이 이 정부는 대통령의 국정 실패 책임을 총리와 장관이 대신 짊어지는 대리 속죄 관행마저 사라진 총체적 무책임 정부였다.

한국의 대통령책임제가 이처럼 ‘대통령무책임제’로 전락한 이유는 대통령이 스스로를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세습적 제왕으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후진적 정치 문화와 제왕적 통치 환경 때문이다. 내시와 궁녀에게 둘러싸여 백성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조선 국왕의 거처였던 경복궁 뒤 북악산 자락에는 출입이 고도로 통제된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이 심산유곡 사찰처럼 숨어 있다. 거기서 몇 단계 출입 통제를 거쳐 언덕길을 올라가면 대통령과 극소수 지원 인력만 근무하는 텅 빈 대통령 집무실 건물이 유령처럼 서 있고, 거기서 숲길로 계속 올라가면 일제시대 조선 총독 관저 뒤쪽으로 대통령 관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절해의 고도에서 유아독존하는 대통령이 대국민 공감대를 상실하는 건 단지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해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채택이 거론되기도 하나 이는 탁상공론일 뿐, 대통령 권력의 분점은 프랑스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책임제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권한과 책임이 일체화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비대한 청와대 조직을 최소 규모로 혁파하고 내각을 통한 투명한 국정 운영을 해야 하며, 보좌진의 어깨 뒤에 숨지 말고 국정 운영 결과에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의 장막에 갇힌 음습한 북악산 은둔처에서 내려와 광화문이건 여의도건 국민이 살고 일하는 대명천지로 나오는 일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자신이 제왕이 아닌 임기제 정무직 공무원임을 매시간 확인하면서 일해야 한다. 대선 정국에서 청와대 이전 공약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부디 이번엔 그 약속이 선거용 허언이 아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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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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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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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72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68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37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263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54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05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66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28
58 MBC의 문제 246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74
56 촛불의 반성 251
55 文정권 1년 206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19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24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17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53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34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18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2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81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89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02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294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292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38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0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69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77
38 오래된 미래 311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2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47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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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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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00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37
27 안팎의 전쟁 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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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4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2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1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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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15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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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22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71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0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097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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