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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했으니 진영 싸움도 이겼다는 건 착각

[송재윤, "정권교체 했으니 진영 싸움도 이겼다는 건 착각," 조선일보, 2022. 4. 11, A34쪽.]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가르치는 K 교수는 몇 년 전 미국 중서부 작은 대학도시에서 안식년을 보냈다. 젊은 시절 그는 자타 공인 운동권이었다. 지금도 그가 대학가 한 소줏집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목청 높여 부르던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식민지 조국의 품 안에 태어나 이 땅에 발 딛고 하루를 살아도 민족을 위해 이 목숨 할 일 있다면 미국 놈 몰아내는 그 일이어라!” 난생처음 “적성 국가” 미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신음”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혈관 속엔 여전히 반미(反美)의 붉은 피가 파도치고 있다.

북미의 소도시에 사는 게 어땠냐고 물었더니 그가 서슴없이 대답했다. “좋은 건 딱 두 가지밖에 없었죠. 공짜로 애들 영어 가르치고, 매일 저녁 값싸고 맛 좋은 소고기 스테이크를 그릴에 구워서 먹은 것.”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그가 “미국 소, 미친 소”를 외치며 가두 시위에 나섰음을 잘 알기에 물었다. “미국산 소고기를 매일 드시면서 광우병 걱정은 안 했어요?” 그는 “미국 애들이 자기들 먹는 데 위험 부위를 넣겠어요?” 하고 반문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무책임하게 미국에선 금지된 부위를 수입하려 했기 때문에 국민이 총궐기”했다는 주장이었다.

그 당시 미국은 자체적인 인간광우병의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한국과 달리 도축되는 모든 소를 전수 조사했고, 유통이 허용되는 소의 월령도 한국보다 낮지 않았냐고 따졌더니 그는 화제를 슬쩍 바꿔서 “2008년 광우병 시위는 선거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한국식 직접 민주주의의 시발점으로 8년 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중대한 이벤트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고 잠시 절망했던 소위 “진보 진영이 광우병 시위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터득한 선전·선동의 기법과 대중 동원의 요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2016년 탄핵 정국을 연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도덕 논쟁이 아니라 전략·전술을 써서 권력을 쟁취하는 진영 간의 전쟁”이라며 “선거에서 이긴 후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착각했던 이명박 정부가 어리석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실제로 12년 전 500만 표 큰 차이로 기세등등하게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는 불과 100일 만에 좌초 지경에 내몰렸다. 중고생들까지 거리로 뛰어나와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쳐댔고, 서울 도심을 점령한 시위대는 백일이 넘도록 폭력 시위를 이어갔음에도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진영 전쟁에서 패배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가짜 뉴스와 거짓 선동이 판치던 폭민정치(mobocracy)였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진영 전쟁에서 광우병 선동은 가공의 파괴력을 발휘했다. K 교수의 분석대로 광우병 사태는 8년 후 탄핵 정국까지 이어진 좌파 집권의 특급 전술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국의 좌파 세력은 지금 ‘광우병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을 듯하다. 그들은 출범 100일 된 새 정권을 순식간에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갔던 기민하고도 저돌적인 세력이다. “뇌 송송 구멍 탁” 같은 자극적 구호가 말해주듯 선전·선동 기법은 과거 공산권 선전부의 아지프로(agitprop)를 방불케 한다. 우파 정당을 분열시켜 자당의 대통령을 직접 탄핵하도록 유도할 만큼 지략은 영악하고 치밀하다. 그들은 비록 엉터리 정책들을 남발하고 ‘내로남불’의 추태를 이어가다 정권을 빼앗겼지만 진영 전쟁에서 패배하지는 않았다.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는 진영 전쟁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여소야대의 악조건에서 힘겹게 출범하는 새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해야 제2의 광우병, 제2의 탄핵을 비껴갈 수 있을까? 병법에 나와 있듯, 지피지기(知彼知己) 이상의 묘수가 있을 수 없다. 새 정부는 진영 전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자각하고, 스스로 열세에 처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선전술과 홍보력에서 좌파가 프로 9단이라면, 우파는 아마 3단도 못 되는 실력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구현한다 해도 선전과 홍보에서 실패한 정권은 파멸을 면할 수 없다. 광우병 사태에서 탄핵 정국까지 진영 전쟁의 흑역사가 일깨우는 무서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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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법조인·교수 1만여명 "文정부 통일교육,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58
96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84
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68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2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1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3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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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4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4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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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2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0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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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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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29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66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28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57
70 기승전 황교안 168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0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5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1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1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2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39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0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56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16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4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34
58 MBC의 문제 246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84
56 촛불의 반성 255
55 文정권 1년 211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197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24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2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59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64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30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3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82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0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09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05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4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4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3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0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77
38 오래된 미래 317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28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59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58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3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36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0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85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4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09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37
27 안팎의 전쟁 488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4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4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63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47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2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1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86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0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87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15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45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2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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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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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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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가보안법 존속돼야 1040
6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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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999
2 대구(大邱) ‘미래포럼’ 시국大토론회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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