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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맹’이 ‘평화’를 정권교체하고 있다

[김대중, "동맹’이 ‘평화’를 정권교체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2, 5, 24, A38쪽.]

정말 오랫만에 ‘동맹(同盟)’이라는 말을 원 없이 듣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동맹이란 단어는 사실상 금기어(禁忌語)나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우리는 ‘평화’ 또는 ‘평화 프로세스’라는 말에 묻혀 살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해 그 ‘평화’의 자리에 ‘동맹’이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평화와 동맹은 결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평화는 목표이고 동맹은 그리로 가기 위한 수단 중의 하나다. 그런데 한국의 좌파는 동맹이라는 것이 남북의 평화를 그르친다고 선전해왔다. 그 동맹의 한쪽 축이 미국이고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이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대치된다고 주장해왔다. 저들의 평화론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 평화면 어떤 평화건 전쟁보다 낫다는 논리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무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전쟁도, 어떤 동맹도 불사할 것이라는 것이 윤 정부의 의지다. 전 세계적으로 평화가 위협받고 군사적, 경제적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각 당사자들 간의 편먹기, 편짜기 같은 연대 내지 동맹의 현상이 두드러진다. 즉 혼자서는 힘드니까 입장이 같은, 또는 가치를 공유하는 쪽끼리 힘을 합치는 것-그것이 바로 동맹의 요체다. 동맹은 전쟁 그 자체보다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로서의 기능이 더 크다.

지금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진정한 동맹의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제정(帝政) 러시아의 압제라는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는 스웨덴은 200년, 핀란드는 75년간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군사적 중립을 선택해왔다. 그랬던 이들 두 나라가 나토 가입을 선언한 것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우크라이나에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평화’와 중립에 매달리는 것이 자국의 안전과 독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구(舊)소련에 병합됐다가 1991년 독립한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카야 칼라스 총리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평화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푸틴과의 ‘거래’를 단호하게 배격했다. “평화는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평화가 오는 듯 했지만 우리 국민에 대한 소련의 잔혹한 탄압, 반대자의 추방과 살해 그리고 우리 문화의 말살은 여전히 계속됐다. 침략 행위가 보상받도록(pay off) 허용하는 그런 평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

칼라스 총리의 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 행위가 없다고 해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환경, 즉 자유, 민주, 인권,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아니 그런 것들이 탄압받고 반대자들이 투옥되고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총성 없다고 그것이 평화일 수 없다. 그런 평화는 위장된 평화다. 전쟁만 없으면 평화라는 종북 좌파의 논리는 허구적일 뿐 아니라 해악적이다.

그렇다고 동맹이 공짜는 아니다.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동맹은 한마디로 후원군을 두는 것이다. 모든 국제 관계에서 공짜는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대가로 북한의 험한(?) 대응을 예상할 수 있다. 또 중국의 그 고약한 제국주의적 협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실물경제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는 사태가 올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좌파 정권이 동맹을 겉돌아서 ‘삶은 소대가리’말고 얻은 것이 무엇인가? 중국 신경 건드리지 않으려고 지난 5년간 그 온갖 수모를 견디고서 우리가 얻은 것은 ‘속국’ 취급 말고 무엇이 있는가? 지난 5년간 ‘평화’만을 주문(呪文)처럼 외워서 얻은 것은 북한의 기고만장뿐이다.

다행히 한·미 간의 ‘동맹’은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과거의 동맹이 약자가 강자의 등에 업히는, 그래서 때로는 하향적이고 시혜적(施惠的) 관계로 설정됐었다면 지금의 동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됐듯이 기술, 경제, 가치, 제도의 동맹이라는 수평적 구도로 가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 동맹을 군사적·안보적 시각으로만 폄하해온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도 주목받을 일이다. 이제 한·미 동맹은 미국이 베푸는 동맹이 아니라 미국도 도움을 얻어가는, 그리고 가치를 공유하는 장치로 탈바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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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79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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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79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96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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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65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56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160
75 굿 모닝~ 변희재! 147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17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54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28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57
70 기승전 황교안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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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83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68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38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281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54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09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0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33
58 MBC의 문제 246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80
56 촛불의 반성 254
55 文정권 1년 208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192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24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0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56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47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21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2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81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89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0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0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296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1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1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0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77
38 오래된 미래 314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24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5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56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1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34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0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83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0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06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37
27 안팎의 전쟁 486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0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4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43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44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2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1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83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0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87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15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45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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