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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휴일’은 끝났다

[김영수, "‘역사의 휴일’은 끝났다," 조선일보, 2022. 12. 27, A38쪽.]

올해 세계에 가장 큰 정치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정치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였다. 2022년 세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박자에 맞춰 행진했다. 그는 “전장은 이곳이다. 나는 탄약이 필요하지 (탈출을 위한) 교통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한마디 말로 조국을 구했다.

미국조차 러시아의 승리를 당연시하고, 우크라이나군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회 지도층의 국외 탈출이 러시를 이루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용기도 두려움만큼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골리앗 러시아군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었다. 한 국가의 진정한 힘은 덩치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용기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페르시아 제국에 맞서 싸운 그리스인 이야기의 현대판이다.

얼마 전 타임지는 젤렌스키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투혼(The Spirit of Ukraine)’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우크라이나는 2021년 국제투명성 기구의 부패인식 지수(CPI)에서 유럽 최하위인 러시아 다음이었다. 사회 곳곳에 부패가 만연하여, 무슨 일이든 뒷돈을 줘야 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아이러니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통해 거듭났다. 지난 12월 21일, 미국을 전격 방문한 젤렌스키는 미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26분간 연설에 33번의 박수가 터졌고, 21번은 기립박수였다. 그와 그 국민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류에 던진 그림자는 매우 어둡다. 아무도 21세기에, 동유럽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침략전쟁을 일으킬 걸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 피로 물든 20세기의 세계사가 21세기에도 변함없을 거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인류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미 정치철학자 후쿠야마(F. Fukuyama)는 역사가 마침내 종착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승자는 주인, 패자는 노예가 되는 인정투쟁(struggle for recognition)이 끝나고, 상호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마침내 승리했다. 거대한 역사적 투쟁은 사라지고, 매우 권태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낙관론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도 윌슨주의의 기치 아래 그런 이상주의가 팽배했다. 하지만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파국의 징후를 예감했다. 현실은 이상과의 간극만큼 역사에 복수한다. 이후 불과 20년 만에 더 큰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에 던진 메시지는 명료하다. ‘역사의 휴일’(Holiday from History)은 끝났다는 것이다. 후쿠야마는 가고, 키신저가 돌아왔다. 세계화가 종말을 고하고, 신냉전이 시작되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서진을 저지하는 한편, 중국을 ‘체계적, 경제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구에 대항하는 ‘모스크바와 베이징 탠덤(tandem· 2두 마차)’으로 결속했다. 냉전의 복사판이다. 두 진영의 가치관도 대립적이다. 서구는 인권, 법치,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반자유적이고 반민주적이다. 그대로 가면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리스크를 다룰 다자구조가 아직 없다.

새로운 세계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커다란 도전이다. 한국은 자유무역으로 굴기했다. 무역의존도가 80%에 가깝다. 세계화는 한국에 축복이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바로 옆에 있었다. 한국은 현재 수출의 25%를 중국 시장에 의존한다. 지난 30년간 대중 무역 누적 흑자액은 7000억이 넘고, GDP는 5.1배 불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가능했다. 이제 그게 불가능해졌다. 대중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의 규제로, 중국에 반도체 투자도 어렵다. 현대차는 105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했지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에서는 제외되었다. 국익 앞에서는 동맹도 없다. 올해 한국은 세계 6위의 수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무역적자는 66년 만에 최악이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안보 상황은 경제보다 한층 더 엄중하다. 모스크바, 베이징 탠덤의 확고한 일원인 북한의 핵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은 핵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던 진보 진영의 주장은 파산했다. 적화통일은 북한의 변함없는 목표다. 핵 무력의 완성으로 남벌(南伐)이 실제 가능해졌다. 6·25전쟁 후 완전히 새로운 안보 상황이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북한 핵이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마냥 미국의 핵우산만 믿으라는 건 이성에 반한다.

현실주의는 이념보다 필요에 의한 정치적 감수성이다. 이념의 바닥에 깔려 있는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국가의 두 기둥인 안보와 경제가 모두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새로운 현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국가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그게 윤석열 정부의 소명이자,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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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8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6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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