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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

[이용준,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 조선일보, 2023. 3. 8, A34쪽.]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달로 1주년을 맞았다. 변변한 군사력도 경제력도 없던 우크라이나가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 2위 군사 대국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1년이나 버텨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미국 등 자유 민주 진영의 군사적·재정적 지원 덕분에 최대 위기를 넘기고 점진적 실지 회복을 이루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대리 전쟁을 치르듯 대거 운집한 NATO 진영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경제 제재 앞에 기력이 쇠해가는 러시아는 전쟁 결과가 어찌 되건 국력 복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이 1991년 해체된 것도 10년간의 무리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큰 원인이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대중국 경제 전쟁을 선포한 이래 미·중 패권 경쟁의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싹트기 시작한 경제적 디커플링과 신냉전 체제는 뜻밖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에서 급진전했다. 1991년 냉전 체제 해체 이래 30년간 지속된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NATO 진영과 중-러 진영이 대립하는 이른바 신냉전 체제가 성큼 다가왔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80년의 군사적 중립을 포기하고 NATO 가입을 결정했고, 대러시아 유화 정책의 선봉에 섰던 독일이 대대적 군비 증강에 들어가는 등 분열했던 유럽이 러시아 앞에서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는 이전 세계와 크게 다르리라는 예측이 국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 무성하다.

이런 상황 전개에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복을 통해 서부 국경을 강화하고 ‘위대한 러시아 부활’을 본격화하려 했지만, 반러시아 진영의 군사적 결속을 자극하고 러시아 군사력의 약점을 만방에 알리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뿐이다. 시진핑 주석의 3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7년 이전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남 일이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에너지와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최첨단 무기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 든든한 후방 지원 역할을 해줘야 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해 몰락한다면 중국이 꿈꾸는 대만 점령도 동아시아 패권 장악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유럽의 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인 까닭에, 한국에도 결코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진영 40국의 모습은 파병 16국, 의료 지원 6국, 물자 지원 38국 등 서방 진영 60국의 도움으로 북한‧소련‧중국 진영의 침공을 격퇴했던 1950년 한국전쟁을 연상시킨다. 당시 참전한 파병 16국 중 9국과 의료 지원 6국 중 5국은 모두 NATO 회원국이며,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앞으로 대만이나 한반도에서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설 나라들이기도 하다. 현재 그 반대 진영에 선 나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인데, 그 면면이 한국전쟁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만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분적 성공이라도 거둔다면 이는 중국을 크게 고무해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북한도 침묵만 지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자유 민주 진영의 대의에 힘을 합쳐 러시아 침략 격퇴에 동참하는 것은 장차 한반도와 대만에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욱이 과거 60국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으로 나라를 지켰고 지금도 동맹국의 안보 지원에 의존하는 한국에 이는 부정하기 어려운 정치적, 도의적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인도적 지원뿐이고 규모도 27위에 불과해, 세계 6위 군사력과 13위 경제력 보유국의 위상과는 동떨어진 수준이다. 혹시라도 그것이 침략국 러시아의 위협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 자유 민주 진영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군수품 지원이건 대규모 재정 지원이건 좀더 큰 실질적 기여를 제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세계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대외 관계 목표로 천명했다. 그것이 홍보성 구호나 정치적 미사여구가 아닌 진정한 정책적 의지라면, 정부는 이제 우크라이나에서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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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 못 간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아니다 92
95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 70
94 탄핵의 江이 사라졌다 95
93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78
92 '事實'만을 붙들고 독자 여러분 곁을 지키겠습니다 68
91 100년 前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82
90 세상이 광우병 괴담에 휩쓸릴 때…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110
89 보수가 집권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93
88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자유통일당의 이념과 정책을 말한다" 78
87 참 나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두번 죽이기 79
86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97
85 힘이 없으면 지혜라도 있어야 한다 114
84 자유냐 전체주의냐, 그 사이에 중간은 없다 76
83 4·15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다 287
82 보수 통합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105
81 죽느냐, 사느냐? 주사파 집권 대한민국 198
80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 우파가 무엇이고, 좌파가 무엇인가? 1426
79 야권이 넘어야 할 山 '박근혜' 141
78 좌파 10단의 手에 우파 1단이 맞서려면 179
77 조갑제, "김문수의 이 글은 대단하다. 진땀이 난다!" 167
76 '베트남판 흥남 부두'인 '십자성 작전'을 아십니까 205
75 굿 모닝~ 변희재! 159
74 변희재, 안정권과 김용호발 보수혁명 443
73 58년 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171
72 홍준표의 박근혜, 황교안 논평 옳지 않다 132
71 김문수 대담 (2019년 4월 8일) 162
70 기승전 황교안 173
69 황교안의 정확하고 용감한 연설 172
68 나경원 연설의 이 '결정적 장면'이 좌익을 떨게 했다! 139
67 [자유대한민국 수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자들은 단합해야 1646
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9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77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46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310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60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27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79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42
58 MBC의 문제 250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90
56 촛불의 반성 263
55 文정권 1년 214
54 '독재자 김정은' 집단 망각증 200
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30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29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65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7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42
48 현송월과 국립극장 277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90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95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16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310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308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47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8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5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85
38 오래된 미래 322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3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63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65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6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42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7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91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47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12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40
27 안팎의 전쟁 492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8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7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75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50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6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3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91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6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94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22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52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4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33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82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4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108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102
9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1183
8 보수가 떠나고 있다 1047
7 국가보안법 존속돼야 1048
6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1138
5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1180
4 만약 적화통일이 된다면 1226
3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1004
2 대구(大邱) ‘미래포럼’ 시국大토론회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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