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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과 국립극장

2018.02.13 10:11

oldfaith 조회 수:272

현송월과 국립극장


[정상혁, "현송월과 국립극장," 조선일보, 2018. 2. 13, A30쪽.]

장소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무대이며, 이 때문에 그 자체로 역사·문화적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이다. 누구도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일본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거나, 전남 진도 팽목항 앞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열지는 못할 것이다. 공간이 넓다거나 통행이 편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장소의 맥락을 무시하고 되는 대로 행동하다간 개망신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1일 북한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특별 공연을 열었다. 1974년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 도중 북한 공작원 문세광에게 피격 살해된 곳이다. 2010년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배경으로 인권 유린을 고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상연돼 눈물바다가 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국립극장엔 예술단 핵심 현송월이 부른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 울려 퍼졌다. 원곡에 '태양 조선 하나 되는 통일이여라'라는 가사(歌詞)를 담아 주체사상 혐의가 짙은 노래다. 북한 미사일 '광명성 3호' 발사 성공 직후 2013년 신년음악회 첫 곡으로 불린 곡이기도 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앙코르"를 세 번 외쳤다. 김여정은 그런 통일부 장관 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8일엔 강릉아트센터 공연이 있었다. 강릉은 1996년 북한군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곳이다. 소탕 작전을 벌이던 우리 국군 11명이 전사하고 27명이 다쳤다. 강릉에서 북한 예술단은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시고" 같은 가사가 담긴 노래 '모란봉'을 부르겠다고 우겼다. 노래는 불리지 않았지만, 끝내 대표적인 체제 선전곡 '달려가자 미래로' 등을 개사해 불렀다. 북한 공연 전문가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교묘하게 의도한 음악 폭탄이 터졌는데 감성의 눈으로만 바라보면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예술단이 지난 10~12일 묵은 숙소는 서울 광진구에 있는 워커힐호텔이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맞서 싸운 미국 장군 월튼 워커(1889~1950)의 이름을 딴 호텔이다. 워커 장군은 당시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고,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으며, 이 땅에 목숨을 바쳤다. 그의 아들도 군에 합류해 한국을 지켰다. 1963년 지은 호텔 내에는 워커 장군 추모를 위한 기념비가 있다. 그는 생전에 "stand or die"라는 말로 장병들을 독려했다. "지키지 못하면 죽음뿐"이라는 서릿발 같은 결의였다.

평화는 소중한 것이고, 예전의 적이 영원한 적일 수 없다. 그러나 상대의 미소와 호의에서 상징과 의미를 끌어내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다 보면 상대는 곧 예전의 적으로 돌변할 것이다. 김영남은 서울 공연에서 세 차례 눈물을 보였다. 감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눈물의 의미를 헤아리지 않으면 우리가 피눈물을 흘려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12/20180212027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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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이런 인물을 한국당 대표로 뽑자! 177
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68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37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275
62 자기 발등 찍은 文 정부, 판문점에서 절룩거리다 354
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05
60 죽은 자유한국당 左클릭 하면 살까? 267
59 선거 압승하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229
58 MBC의 문제 246
57 광장정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 275
56 촛불의 반성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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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지식인으로 나는 죽어 마땅하다 224
52 혁명으로 가고 있다 217
51 서울-워싱턴-평양, 3色 엇박자 253
50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243
49 대한민국의 '다키스트 아워' 319
» 현송월과 국립극장 272
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81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89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04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296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294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39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0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0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77
38 오래된 미래 313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2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48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54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5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31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0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83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34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03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37
27 안팎의 전쟁 485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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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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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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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87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15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45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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