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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선우 정, "북이 천지개벽했거나 사기극을 반복하거나," 조선일보, 2018. 3. 21, A34쪽; 사회부장.]

                  

2차대전 말기 북한 광산이 일본의 생명선으로 떠올랐다. 핵무기만이 전세(戰勢) 역전을 위한 수단으로 남았을 때다. 일본은 북한에서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 235를 얻으려고 했다. 실제로 1944년 6월부터 국근광산에서 우라늄을 함유한 광물을 채굴했다. 흥남 용흥공장에서 원폭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니호(ニ號) 연구'란 이 극비 프로젝트가 1~2년 전 성공했다면 일제는 망해도 그렇게 참담하게 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북한만큼 제국주의가 남기고 떠난 군사 시설로 이익을 본 집단이 없다. 북한은 일제의 병기제조소에서 총·기관총·박격포를 대량 생산했다. 철·납·니켈·화약 등 무기의 재료는 일제의 제철·중공업·비료·염료공장을 활용했다. 이 무기로 6·25전쟁을 일으켰다. 북한은 일제의 침략 기지를 활용해 민족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런 집단이 일본이 증명한 북한의 핵개발 잠재력을 무시했을 리 없다.

사람들은 북한이 1990년대 초부터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여긴다. 이런 상식은 그릇된 선입관을 만들었다. 당시는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북한이 위기에 몰린 때다. 이런 시대 배경 탓에 '체제 위기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 논리가 나왔다. 이 논리를 뒤집으면 '체제가 보장되면 핵을 포기한다'로 귀결된다. 북한 옹호론의 상투적 레퍼토리다. 요즘 북한에 다녀온 한국의 당국자들이 전파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물리학 연구소를 세운 건 1955년이다. 50년대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세계의 공통 관심사였다. 따라서 연구 시점이 수상한 건 아니다. 문제는 목적이 처음부터 평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일성은 1965년 핵무기 개발을 공식 언급했다. 대량의 우라늄 235를 발굴했다고 떠든 것도 그때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고폭(高爆) 실험을 북한이 1983년부터 반복했다는 증언이 있다. 그들의 핵 집착은 90년대가 아니라 6·25 직후부터 시작됐다.

북한 옹호론자는 한국 내 미군 핵무기가 북한의 핵개발을 야기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장 시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거짓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포기하고 미국이 한국에서 핵을 뺀 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적이 피로하면 공격하고(敵疲我打) 후퇴하면 추격한다(敵退我追)'는 공산당 수법의 전형이다. 이때 북한 옹호론자가 새 논리를 들고나온 게 체제위기론이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핵을 개발한다는 주장이다.

거짓이다. 북한은 그 논리로 이미 세상을 속였다. 사회주의 몰락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 그들이 택한 상대는 지금처럼 한국이었다. 1991년 남북합의서를 만들었다. 이 합의서 제1조가 '체제 보장'이다. 무력 사용 금지도 명시했다. 비핵화 공동선언도 그때 했다. 배신은 순식간이었다. 2년 후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했다. 무력을 안 쓴다던 약속은 서해 도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깼다. 한국은 약속을 지켰다. 따라서 적어도 우리에게 '체제 보장' 선언은 유효하다. 동맹인 미국에도 적용된다. 그러니 북한은 '체제 보장' 타령을 반복하지 말고 그냥 핵을 포기하면 된다. 누굴 바보로 아나.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遺訓)'이란 헛소리까지 한다. 이런 소리를 한국 당국자가 대변한다.

북한에 '체제 보장'은 '미군 철수'와 동의어다. 남조선혁명론을 외칠 때도, 연방공화국론을 외칠 때도 조건은 미군 철수였다. 1991년 '체제 보장' 합의를 그들이 쉽게 찢어버린 건 미군 철수 조건이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백만을 굶겨 죽인 '고난의 행군'을 거쳐 핵을 쟁취했다. 그런 북한이 27년 전 찢어버린 '체제 보장' 합의와 핵을 맞바꿀 리 없다. 초등생도 안다. 북한이 천지개벽 하지 않았다면 미군 철수와 동맹 해체를 반드시 내세울 것이다.

김정은은 왜 지금 핵 카드를 내밀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주한 미군을 상거래 수단으로 다루는 그의 인식이 변했다는 증거가 없다. 한국 정부엔 동맹을 비난하고 민족을 부르짖는 일로 일생 먹고살던 인사들이 핵심부에 포진해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한·미의 이 미묘한 접점을 파고들고 있다.

우리 사회엔 북핵이 없으면 미군 없는 안보도 이제 가능하지 않으냐는 시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그런 미래가 실현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핵을 몽땅 제거한 뒤 자신의 핵을 만든 북한의 세기말 사기극을 떠올렸으면 한다. 기적을 기대해도 좋다. 하지만 99% 사기극을 대비하는 누군가도 있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0/20180320032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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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대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168
64 '문재인 對 反문' 전선 237
63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이면 한국 대변인은 누군가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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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진보의 탈 쓴 위선과 싸워야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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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교회는 북한에서 성도들이 당한 역사 가르쳐야! 381
46 강력한 압박을 통한 대화가 필요하다 289
45 남북대화, 환영하되 감격하지 말자 304
44 중국이 야비하고 나쁘다 296
43 돌아온 중국이 그렇게 반갑나 294
42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339
41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300
40 대통령 부부의 계속되는 윤이상 찬양 270
39 남과 북 누가 더 전략적인가 277
38 오래된 미래 313
37 도발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지금부터다 322
36 뺄셈의 건국, 덧셈의 건국 248
35 文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역사 254
34 망하는 길로 가니 망국(亡國)이 온다 259
33 네티즌도 화났다… 공연 파행시킨 反美 행태에 비판 쏟아져 231
32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330
31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283
30 북(北) 김정은의 선의(善意) 334
29 공산주의 신봉한 영국의 엘리트들처럼 403
28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337
27 안팎의 전쟁 485
26 하단 광고, 우리나라의 위기 978
25 좌파들의 사대 원수 924
24 ‘정신적 귀족’ 보수주의자의 길 그 근간은 기독교적 세계관 1339
23 좌파적인 보수정당 정치인들 1041
22 황장엽 선생이 본 '역사의 진실' 1082
21 독도가 한국 영토인 진짜 이유 1071
20 용서 잘하는 한국 정부 980
19 황장엽 조문까지 北 눈치 살피는 민주당 1160
18 유럽의회, '中, 한국 조치 지지하라 1287
17 얼마나 더 대한민국 망신시킬 텐가 1115
16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1245
15 목숨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가 걱정된다 1161
14 '시국선언'은 정치편향 교수들의 집단행동 1222
13 너무 가벼운 시국선언 [1] 1071
12 "TV논평, 좌편향 인용 심각" 1130
11 '10·4남북정상선언' 이행될 수 없는 이유 1097
10 중국에 ‘하나의 한국’ 원칙 요구해야 1097
9 이 정권을 짓누르는 노 정권의 유산 1178
8 보수가 떠나고 있다 1043
7 국가보안법 존속돼야 1035
6 김정일과 만남, 하늘이 준 기회 1133
5 中․朝 우호조약의 한 구절 1177
4 만약 적화통일이 된다면 1216
3 중·조 우호조약의 한 구절 996
2 대구(大邱) ‘미래포럼’ 시국大토론회 1133
1 위기의 대한민국 구하자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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