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윤덕민, "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조선일보, 2018. 10. 10, A34쪽; 한국외대 석좌교수, 전 국립외교원장.]

     

    엊그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 "(트럼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가 했던 것보다도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회담 전후 항상 입장이 바뀌어 왔다. 올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까지 회담 목적이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합의에 CVID는 없었고 이후 그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란 용어를 쓰며 핵·미사일 리스트(목록) 신고와 비핵화 일정을 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평양 방문에선 기대했던 신고도, 비핵화 일정도 실종됐다. 이른 시일 내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원칙적 합의와 이미 용도 폐기해 5개월 전 폭파 쇼까지 벌인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을 받아들인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내용도 없었다.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명되는 세계 최강대국 국무장관이 안쓰럽게도 북한의 입장에 따라 춤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탓이다. 이용호 북한 외교부장이 유엔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던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아름다운 편지' 운운하며 "그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 걸리든 상관없다. 핵실험도 없고 미사일 실험도 없다"고 했다. 핵무기 이전(移轉)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다면, 미국은 안전하다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에 입각한 마키아벨리적 발상이다.

    트럼프의 이 말에 김정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代)에 걸친 핵 보유국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북한은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 등이 어떻게 핵보유국이 되었는지 철저히 연구했다. 그 공통점은 '미국과의 관계'였다. 구체적으로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미국에 주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존 핵 전력을 미국에 묵인받는 정치적 타협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존재는 김정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다. 북한 관리가 지적한 대로, 관대한 트럼프가 없었더라면 미국과 북한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의 충동성과 협상의 달인(達人)이라는 자만심을 적당히 부추기면서 실무에 강한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매티스 국방장관의 역할을 무력화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실무 채널조차 구축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기간 중 실무 책임자 격인 이용호 외교부장과 최선희 부부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정치적 타협을 위해 트럼프와 직접 거래하고자 한다. 2차 정상회담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쳐놓은 뻔한 덫에 트럼프는 일부러 빠질지 모른다.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를 자임한다면, 결말은 예고되어 있다. 냉정하게 우리가 놓인 상황을 보자. 우리 입장에서 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가? 북한이 엄청난 양보라고 선전하는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모두 실험 시설이지 양산(量産)용 시설이 아니다. 북한 핵 개발에서 영변의 상징성은 있지만,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비핵화의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핵 동결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폭탄 원료를 생산하는 양산용 주력 시설은 이미 낡은 영변이 아니다. 동결 없이 북한 핵 인프라는 가동 중이다.

    올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6~7개의 핵탄두를 추가 생산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5000만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60여발의 핵탄두와 1000발에 달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매년 12개 정도의 핵탄두를 생산하는 인프라 등 북한의 기존 핵 전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 그런데 북한의 꿈은 핵무장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유엔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한·미 동맹 해체다. 종전 선언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바탕 평화의 리얼리티 쇼가 끝나고 난 뒤,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는다. 조만간 북한이 핵 무장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는 담론이 제기되기 시작할 것이다. 남북 관계만 좋으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국민의 냉철한 자각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대북개념 망언 퍼레이드 1262
    124 [북핵문제, 안보] 핵연료재처리라도 따 와야 13
    123 [북핵] 미국이 ‘金 정권 종말’ 경고한 까닭 17
    122 [북핵, 안보] “북에서 일주일만 살아도 안다”는 김정은의 비핵화 거짓말 24
    121 [안보, 북핵] ‘한반도 비핵화’ 아닌 ‘한반도 핵 억지’가 발등의 불 21
    120 [안보, 북핵] 북 ICBM 또 발전, 다음엔 핵실험, 韓 안보 이대로 안 돼 18
    119 [안보, 북핵] 5년 뒤 북핵 200기, 대한민국 존립 위협 시작된다 18
    118 [북핵, 안보] 北 ‘핵 선제 타격’ 법에 명문화, ‘가짜 비핵화 쇼’의 참담한 결말 19
    117 [북핵문제,안보] 美전문가들 “한국은 독자 핵무장하고 미국은 지지해야” 30
    116 [북핵, 안보]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3
    115 [안보, 북핵] 北, 2027년 핵무기 242기 보유… 전면전 때 핵무기 78발 쏠수도 36
    114 [북핵, 안보] 최강,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8
    113 [북핵, 안보] 윤덕민,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36
    112 [북핵] 사설: 文 정권이 한미 공동성명에 ‘北 비핵화’ 못 넣게 막은 것이다. 51
    111 [북핵, 안보] 윤덕민, "文정부, ’20년 전 외교 참사' 되풀이할 텐가" 51
    110 [안보, 북핵] “비핵화는 실패, 북이 이겼다” 안보 정쟁 당장 멈추라 17
    109 [북핵, 문재인] 북이 핵 선제타격 한다는데 ‘남북 쇼’ 자찬한 文 21
    108 [북핵, 좌파정권] 한국에 핵 선제 타격한다는 北에도 침묵하는 민주당 18
    107 [북핵] 대북 헛똑똑이들 21
    106 [북핵, 안보] 北 ‘핵 선제 타격’ 법에 명문화, ‘가짜 비핵화 쇼’의 참담한 결말 22
    105 [북핵] 국정원장 “나도 김정은이 핵 포기 않을 거라 생각” 23
    104 [안보, 북핵] IAEA “北核 전력 질주” 경고, 다음날 文은 “종전 선언” 반복 25
    103 [북핵문제,안보] 美전문가들 “한국은 독자 핵무장하고 미국은 지지해야” 30
    102 [북핵] 文, 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으라했지만… 결국 부도수표 24
    101 [북핵, 안보]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4
    100 [안보, 북핵] 北, 2027년 핵무기 242기 보유… 전면전 때 핵무기 78발 쏠수도 44
    99 [북핵, 안보] 최강,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40
    98 [북핵, 안보] 윤덕민,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40
    97 [북핵] 사설: "文·트럼프 서로 비난, 北 비핵화 ‘TV 이벤트’의 끝" 26
    96 [북핵] 사설: 文 정권이 한미 공동성명에 ‘北 비핵화’ 못 넣게 막은 것이다. 54
    95 [북핵, 안보] 윤덕민, "文정부, ’20년 전 외교 참사' 되풀이할 텐가" 51
    94 [북핵, 안보] 최강,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을 우려한다" 53
    93 [안보, 북핵] 사설: "北 핵잠, 전술핵, 극초음속체 예고에도 文 침묵, 안보를 포기했다" 42
    92 [안보, 북핵] 사설: "김정은 36번 核 언급 ‘핵증강’ 선언, 얼빠진 文 정부 반응" 55
    91 [안보, 북핵] 사설: "金 核 무력 대놓고 과시하는데 “손잡자” 한마디에 靑 또 반색" 61
    90 [안보, 북핵] "폭탄 쏴도 평화 외쳐야" "다주택은 형사범" 황당 언행 끝이 없다 59
    89 [북핵, 안보] 핵보유국 외친 김정은 "낙동강 철수 恨 못잊어" 62
    88 문재인 정권의 치부 드러낸 볼턴 회고록 60
    87 비건이 볼턴 회고록에 30번 등장하는 이유 59
    86 [안보, 북핵] 천영우, "집권세력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無知" 64
    85 '평화' 주장하며 평화 막는 북핵엔 한마디 안 하는 정권 59
    84 국민 90% "北, 핵포기 안할 것" 56
    83 볼턴의 책은 한·미 동맹 생존을 묻는다 51
    82 한·미 정권에 필요했던 건 북핵 폐기 아닌 TV용 이벤트 67
    81 금강산 관광 강행은 국가적 자살 행위 65
    80 화살 쏜 후에 과녁 그리는 데 성공한 북한 157
    79 美 정보수장도, 우리 국민도 '북 核 포기 않을 것' 149
    78 北 핵폭탄·농축시설 다 그대론데 韓·美는 훈련까지 폐지 129
    77 北 비핵화 실패 대비해 核 억제력 획기적 강화해야 128
    76 아직 미·북 간 '비핵화 개념' 합의도 없었다니 여태 뭐 한 건가 188
    75 트럼프 '북핵·미사일 실험 원치 않을 뿐'이라니 115
    74 美 정보 수장 이어 군 사령관도 '北 완전 핵 포기 안 할 것' 131
    73 美 정보 수장들 '김정은 核 포기 안 할 것' 131
    72 이럴수가! 文, 한반도 비핵화 의미 알고도 서명했다? 117
    71 우리도 核을 갖자 128
    70 '北비핵화' 정체는 韓·北·美 합작 한국민 속이기 147
    69 '핵·천안함·금강산' 그대론데 대통령이 섣불리 '해결됐다' 하나 130
    68 '김정은식 비핵화'와 '사실상 핵보유' 담은 北 신년사 166
    67 1년 만에 드러난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의 진실 161
    » 트럼프 덕분에 北의 핵보유국 꿈 실현되나 143
    65 정부 '북핵 신고는 뒤로' 핵 폐기 역행으로 간다 161
    64 북핵 폐기 실질 진전 뭐가 있나 204
    63 核무장 120만 북한군 앞에서 병력 12만 줄인다는 국방 실험 161
    62 "北비핵화 논의한 적 없다"는 靑의 실토 152
    61 北核 협상,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 세력권에 편입된다 200
    60 韓美日 '北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 없다' 이것만은 지켜야 174
    59 한·미 정부 北과 협상 내용 더 이상 과대 포장하지 말라 191
    58 중국 '우리가 승리,' 일본, 낭비의 정치쇼 162
    57 美·英 언론들, '영업사원같은 트럼프, 김정은에 농락당했다' 267
    56 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196
    55 미국-북한 회담에 대한 논평 187
    54 역사에 한국민은 '전략적 바보'로 기록될까 256
    53 수백조원 대북 지원 美는 돈 내지 않겠다는데 168
    52 北은 1956년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말했다 206
    51 '북핵은 南韓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189
    50 핵 동결 상태에서 北과 평화협정 맺으면 진짜 안보 위기 온다 214
    49 북한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4가지 이유 246
    48 대화(對話)만능주의를 경계한다 225
    47 여덟 번 약속 깬 뒤의 아홉 번째 약속 264
    46 우리 국가안보실장이 북의 뻔한 '프로파간다'를 전했다 213
    45 이 거대한 자해 劇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269
    44 미래 主權 양보한 사드 합의, 폭력적 보복 재발한다 234
    43 '설마 공화국'의 핵EMP 무방비 219
    42 '北 핵보유는 인정'하고 '韓 전술핵은 반대'하나 234
    41 김정은이 우리 예금을 '0'으로 만드는 날 244
    40 북한이 핵을 들고 서해를 기습했을 때 255
    39 진짜 평화 위해 전술 핵무기 재배치해야 549
    38 북핵 안고 그냥 사는 거지 271
    37 북핵(北核),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미신(迷信) 240
    36 반전반핵가(歌) 북을 향해 불러라 384
    35 현 시점의 대북지원·대화 추구는 ‘북핵 제재’ 이탈이다 243
    34 美는 核 비확산 지키다 피해자된 한국민 이해하나 327
    33 中 등 핵보유국이 북핵 안 막으면 NPT 흔들릴 것 294
    32 北核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317
    31 중국의 착각,미국의 오해 342
    30 北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 탑재 가능… 美 본토에 실질적 위협 388
    29 북핵 키운 그들의 망언 828
    28 북핵 저지,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883
    27 왜 핵무장론인가? 779
    26 북핵, 독자적 핵 억지력 보유가 해법이다 766
    25 중국이 원유․쌀․돈줄 등 북한의 급소를 누를 때다 1014
    24 나라, 국민 지키려면 '원치 않은 결단' 내릴 수 있다 756
    23 北의 핵실험, 구경만 할 것인가 908
    22 북이 대륙간 탄도탄(ICBM)을 만드는 이유 786
    21 남이 핵 가져야 북이 협상한다 925
    20 아무리 무기 좋아도 정신 무너지면 고철 883
    19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 925
    18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888
    17 북도발 규탄에 좌우 따로 없는 유럽 1147
    16 한반도 비상시 미군 신속하게 증파 못할 것 1114
    15 북 위협에 대한 원칙적 입장 필요하다 1084
    14 북(北)은 우리를 겨냥한다 1089
    13 이래도 '안보 위협'이 아닌가? 1125
    12 북의 우라늄 농축 선언 1070
    11 ‘핵 게임’ 김정일의 네 가지 노림수 1108
    10 核도 갖고 南에 14조원 덤터기도 씌우려는 北 1033
    9 결코 이행 못할 문서 또 생산 1019
    8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1122
    7 미군철수→ 순식간 남한 적화(赤化) 993
    6 남한 겨냥 미사일 시험발사 1108
    5 김정일, “핵무기로 조국통일 완수” 계획 1091
    4 준전시 행동요령 12개항 989
    3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NYT 인터뷰 1057
    2 北核실험의 대비 973
    1 국회는 ‘북핵 特委’ 구성하라 1111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