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상시 미군 신속하게 증파 못할 것
2010.05.28 10:39
[사설, “美 국방, ‘한반도 비상시 미군 신속하게 증파 못할 것,’” 조선일보, 2010. 02. 05, A31쪽.]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3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이) 한반도에 신속하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지상군 투입 지연에 따른 공백을) 해군과 공군에 의존해 메워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그곳에 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미가 북한의 선제 도발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마련한 ‘작계(作計) 5027’에 따르면 미국은 90일 안에 5개 항모(航母) 전단을 포함한 160척의 함정, 항공기 2500대, 육군과 해병대 69만명을 한반도에 투입하도록 돼 있다. 북의 도발을 초기에 압도적 전력(戰力)을 투입해 제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한․미 전략이 북한의 오판(誤判)과 도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억지(抑止) 효과를 발휘해 왔다. 그런데 미국 국방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이 계획대로 한반도에 미군을 대규모 증파(增派)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이라크에서 미 육군 병력이 모두 철수하는 2011년 말 이후가 미 육군의 장비 및 실전 훈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리셋․reset)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 정도는 미군의 정상적 운용이 힘들고,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미군의 대규모 투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의 역대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등 군(軍) 원로들은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측에 이양되고 이에 따라 한․미 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미군 증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실제 한․미는 전작권 이양에 맞춰 새로운 작전계획을 준비중이다.
북한은 10만에 이르는 특수 부대를 갖고 있고, 117만 군 병력의 70%가량을 휴전선 쪽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휴전선을 따라 북한의 장사정포가 늘어서 있고,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에 각종 화생 무기를 갖고 있으며 핵실험도 두 번이나 실시했다. 대한민국이 군 전력과 경제력에서 북한을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도, 상대의 기습 도발에 따른 단기전에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비책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사전에 억제․차단하는 것이 최선(最善)이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엔 북의 이상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초기에 저지선을 구축해 격퇴하는 것이 차선(次善)이다. 지금껏 한․미 연합 전력이 이 역할을 해 왔으나 미군의 투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이런 안보 환경 변화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 국민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부담을 질 마음가짐이 돼 있는가. 지금의 정치권이 여야(與野)의 울타리를 헐어버리고 안보 문제에 관해서만이라도 최대공약수를 찾아낼 능력이 과연 있는가. 정부는 전작권 이양 문제를 비롯한 주요 안보 현안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다룰 채비가 돼 있는가.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이 새로운 안보 상황을 정면에서 바라보면서 정직한 대화를 나눠야 할 때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3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이) 한반도에 신속하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지상군 투입 지연에 따른 공백을) 해군과 공군에 의존해 메워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그곳에 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미가 북한의 선제 도발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마련한 ‘작계(作計) 5027’에 따르면 미국은 90일 안에 5개 항모(航母) 전단을 포함한 160척의 함정, 항공기 2500대, 육군과 해병대 69만명을 한반도에 투입하도록 돼 있다. 북의 도발을 초기에 압도적 전력(戰力)을 투입해 제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한․미 전략이 북한의 오판(誤判)과 도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억지(抑止) 효과를 발휘해 왔다. 그런데 미국 국방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이 계획대로 한반도에 미군을 대규모 증파(增派)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이라크에서 미 육군 병력이 모두 철수하는 2011년 말 이후가 미 육군의 장비 및 실전 훈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리셋․reset)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 정도는 미군의 정상적 운용이 힘들고,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미군의 대규모 투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의 역대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등 군(軍) 원로들은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측에 이양되고 이에 따라 한․미 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미군 증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실제 한․미는 전작권 이양에 맞춰 새로운 작전계획을 준비중이다.
북한은 10만에 이르는 특수 부대를 갖고 있고, 117만 군 병력의 70%가량을 휴전선 쪽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휴전선을 따라 북한의 장사정포가 늘어서 있고,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에 각종 화생 무기를 갖고 있으며 핵실험도 두 번이나 실시했다. 대한민국이 군 전력과 경제력에서 북한을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도, 상대의 기습 도발에 따른 단기전에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비책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사전에 억제․차단하는 것이 최선(最善)이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엔 북의 이상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초기에 저지선을 구축해 격퇴하는 것이 차선(次善)이다. 지금껏 한․미 연합 전력이 이 역할을 해 왔으나 미군의 투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이런 안보 환경 변화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 국민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부담을 질 마음가짐이 돼 있는가. 지금의 정치권이 여야(與野)의 울타리를 헐어버리고 안보 문제에 관해서만이라도 최대공약수를 찾아낼 능력이 과연 있는가. 정부는 전작권 이양 문제를 비롯한 주요 안보 현안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다룰 채비가 돼 있는가.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이 새로운 안보 상황을 정면에서 바라보면서 정직한 대화를 나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