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2010.12.09 09:19
[사설: “새 국방장관은 최전방의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조선일보, 2010. 11. 27, A31.]
북한 해안포대가 23일 연평도를 기습공격해왔을 때 반격에 나선 해병대의 K-9 자주포는 3문뿐이었다. 연평도 해병부대는 6문의 K-9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문은 훈련 때 불발탄이 끼여 작동이 안 됐고 2문은 적의 포격에 맞아 전자회로에 고장이 났다. 군은 K-9이 최초 3분은 분당(分當) 최고 6발의 사격이 가능하고 그 후론 분당 2발씩 쏠 수 있는 세계 최고속 자주포라고 자랑해왔다. 정상 발사가 가능했던 3문이라도 이런 성능을 발휘했다면 우리가 북한 공격에 응사(應射)한 두 차례 44분 동안 적어도 300발의 포탄을 북한군 진지에 발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80발밖에 발사하지 못했다. 분당 6발이 아니라 1분30초당 한 발씩 발사한 셈이다.
대(對)포병레이더(AN/TPQ-36)는 먹통이었다. 군은 이 장비를 지난 1월 말 북한이 NLL 북쪽으로 해안포 400발을 발사해온 후 백령도․연평도에 각각 1기씩 배치했다. 이 레이더는 적이 쏜 포탄의 탄도를 역(逆)추적해 대포 위치를 잡아낸다. 그러나 북한군이 개머리 진지와 무도 진지에서 1차 포격을 가해왔을 때 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다. 연평도 해병 포병부대는 북한의 포격 위치를 몰라 사전에 좌표를 입력시켜놓은 무도 진지로만 반격했다. 레이더는 2차 포격이 시작된 오후 3시 12분, 첫 공격으로부터 38분 지나서야 간신히 작동됐다.
대포병레이더는 개전 초기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타격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전력이다. 북한은 시간당 2만5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수천문의 장사정포를 휴전선 북쪽 동굴에 감춰놓고 있다. 북한의 170㎜ 자주포는 포격을 시작해 10발을 쏘고 동굴진지로 돌아가는 데 14분이, 240㎜ 방사포는 7분밖에 안 걸린다. AN/TPQ-36, AN/TPQ-37 대포병레이더는 1-2분 내에 적 포탄의 탄도를 계산해 우리 군 포병에 통보해 화력전으로 적 포대를 무력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간이다. 수도권이 적의 포탄에 유린되느냐 마느냐가 여기 달렸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대포병레이더는 2월 설치 후 8개월 사이 11번 고장났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쪽 레이더만 그랬는가. 수도권 북쪽 레이더는 정상인가. 그게 아니라면 북한군 장사정포 공격에서 수도권 주민을 어떻게 방어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최신 무기라도 결정적 순간에 작동이 안 되면 '비싼 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3월 천안함 폭침 때 최첨단이라는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는 1200t급 군함이 두 동강 나서 위치 신호가 사라진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평택 2함대사령부는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연락해온 다음에야 비상이 걸렸다. 백령도 부대는 열영상감시장비(TOD)를 세워놓고도 그 장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몰라 허둥댔다. 그 바람에 천안함 침몰 영상을 확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천안함 폭침의 비상 상황에서 초계비행 중이던 '잠수함 잡는 헬기' 링스헬기 두 대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했다. 헬기를 정비하는 민간업체가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고 교체한 것처럼 꾸며 엉터리로 정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물에 뜨는 장갑차라는 K-21은 호수로 들어갔다가 무게중심을 잃고 가라앉아 ‘맥주병 장갑차’가 됐다. 2018년까지 3조9000억원을 들여 370여대의 전차를 확보하겠다던 K-2 흑표전차 사업은 엔진 결함이 발견되면서 언제 양산(量産)이 가능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연평도 포격은 사실 적이 어디서 어떤 무기로 공격해올지를 알 수 있었던 공격이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예상 밖의 곳에서 예상 밖의 방법으로 우리 허(虛)를 찌를 준비를 해왔다. 휴전선에 배치된 국군을 등 뒤에서 공격하려고 땅굴까지 팠던 북한이다. 북한이 18만명의 특수부대를 키우고 있는 것도 그런 목적에서다. 밤중에 저(低)고도 경비행기 AN-2를 타고 소리없이 공중침투해올 수도 있고 잠수함과 고속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해상침투를 노릴 수도 있다. 북의 게릴라 부대가 남한의 발전소나 전력공급망, 상수도망을 타격할 경우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정부기관과 사회간접시설의 전자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이버 전력도 육성해왔다.
북한은 주요 전쟁시설을 대부분 지하에 감춰뒀다. 이지스함이나 정밀유도 미사일 같은 정규 전력(戰力)만으로 김정일 군대의 발을 묶고 그들 마음속 야수(野獸)를 잠재울 수 없다. 북한이 비정규전으로 공격하든, 정규전으로 공격하든 그들을 일거에 궤멸시킬 전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경제력을 북한을 압도하는 데 쓸 각오를 다질 때 그들도 우리를 두려워하게 시작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신임 국방장관은 휴전선의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워야 한다.
북한 해안포대가 23일 연평도를 기습공격해왔을 때 반격에 나선 해병대의 K-9 자주포는 3문뿐이었다. 연평도 해병부대는 6문의 K-9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문은 훈련 때 불발탄이 끼여 작동이 안 됐고 2문은 적의 포격에 맞아 전자회로에 고장이 났다. 군은 K-9이 최초 3분은 분당(分當) 최고 6발의 사격이 가능하고 그 후론 분당 2발씩 쏠 수 있는 세계 최고속 자주포라고 자랑해왔다. 정상 발사가 가능했던 3문이라도 이런 성능을 발휘했다면 우리가 북한 공격에 응사(應射)한 두 차례 44분 동안 적어도 300발의 포탄을 북한군 진지에 발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80발밖에 발사하지 못했다. 분당 6발이 아니라 1분30초당 한 발씩 발사한 셈이다.
대(對)포병레이더(AN/TPQ-36)는 먹통이었다. 군은 이 장비를 지난 1월 말 북한이 NLL 북쪽으로 해안포 400발을 발사해온 후 백령도․연평도에 각각 1기씩 배치했다. 이 레이더는 적이 쏜 포탄의 탄도를 역(逆)추적해 대포 위치를 잡아낸다. 그러나 북한군이 개머리 진지와 무도 진지에서 1차 포격을 가해왔을 때 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다. 연평도 해병 포병부대는 북한의 포격 위치를 몰라 사전에 좌표를 입력시켜놓은 무도 진지로만 반격했다. 레이더는 2차 포격이 시작된 오후 3시 12분, 첫 공격으로부터 38분 지나서야 간신히 작동됐다.
대포병레이더는 개전 초기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타격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전력이다. 북한은 시간당 2만5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수천문의 장사정포를 휴전선 북쪽 동굴에 감춰놓고 있다. 북한의 170㎜ 자주포는 포격을 시작해 10발을 쏘고 동굴진지로 돌아가는 데 14분이, 240㎜ 방사포는 7분밖에 안 걸린다. AN/TPQ-36, AN/TPQ-37 대포병레이더는 1-2분 내에 적 포탄의 탄도를 계산해 우리 군 포병에 통보해 화력전으로 적 포대를 무력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간이다. 수도권이 적의 포탄에 유린되느냐 마느냐가 여기 달렸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대포병레이더는 2월 설치 후 8개월 사이 11번 고장났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쪽 레이더만 그랬는가. 수도권 북쪽 레이더는 정상인가. 그게 아니라면 북한군 장사정포 공격에서 수도권 주민을 어떻게 방어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최신 무기라도 결정적 순간에 작동이 안 되면 '비싼 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3월 천안함 폭침 때 최첨단이라는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는 1200t급 군함이 두 동강 나서 위치 신호가 사라진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평택 2함대사령부는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연락해온 다음에야 비상이 걸렸다. 백령도 부대는 열영상감시장비(TOD)를 세워놓고도 그 장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몰라 허둥댔다. 그 바람에 천안함 침몰 영상을 확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천안함 폭침의 비상 상황에서 초계비행 중이던 '잠수함 잡는 헬기' 링스헬기 두 대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했다. 헬기를 정비하는 민간업체가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고 교체한 것처럼 꾸며 엉터리로 정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물에 뜨는 장갑차라는 K-21은 호수로 들어갔다가 무게중심을 잃고 가라앉아 ‘맥주병 장갑차’가 됐다. 2018년까지 3조9000억원을 들여 370여대의 전차를 확보하겠다던 K-2 흑표전차 사업은 엔진 결함이 발견되면서 언제 양산(量産)이 가능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연평도 포격은 사실 적이 어디서 어떤 무기로 공격해올지를 알 수 있었던 공격이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예상 밖의 곳에서 예상 밖의 방법으로 우리 허(虛)를 찌를 준비를 해왔다. 휴전선에 배치된 국군을 등 뒤에서 공격하려고 땅굴까지 팠던 북한이다. 북한이 18만명의 특수부대를 키우고 있는 것도 그런 목적에서다. 밤중에 저(低)고도 경비행기 AN-2를 타고 소리없이 공중침투해올 수도 있고 잠수함과 고속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해상침투를 노릴 수도 있다. 북의 게릴라 부대가 남한의 발전소나 전력공급망, 상수도망을 타격할 경우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정부기관과 사회간접시설의 전자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이버 전력도 육성해왔다.
북한은 주요 전쟁시설을 대부분 지하에 감춰뒀다. 이지스함이나 정밀유도 미사일 같은 정규 전력(戰力)만으로 김정일 군대의 발을 묶고 그들 마음속 야수(野獸)를 잠재울 수 없다. 북한이 비정규전으로 공격하든, 정규전으로 공격하든 그들을 일거에 궤멸시킬 전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경제력을 북한을 압도하는 데 쓸 각오를 다질 때 그들도 우리를 두려워하게 시작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신임 국방장관은 휴전선의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