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나라를 뒤흔드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사드와 원전(原電). 문 대통령의 사드 배치 연기 결정으로 한·미 갈등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가 잠복 중이다. 탈(脫)원전을 염두에 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지 발표로 우리 내부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논란의 키워드는 미국과 반핵이다. 이 두 조치는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 걸까. 둘 사이의 연관성은 없는 걸까. 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운동권 노래가 있다. 반전반핵가(歌)다. 1980년대 학생운동 주축인 전대협 집회에서 수없이 불렸던 노래다. 집회 주도자가 '반전~반핵, 양키고홈'이라고 외치면 '떼창'을 하던 광경이 생생하다. "제국의 발톱이 이 강토 이 산하를/ 할퀴고 간 상처에 성조기만 나부껴/ 민족의 생존이 핵폭풍 전야에 섰다(중략) 반전반핵 양키고홈." 미국을 남북통일 방해하는 침략자로 보고 전술핵무기를 몰아내자는 취지의 노래였다. 그 당시에도 터무니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주대환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이 80년대 논리에 갇혀 있는 운동권 세력에 얹혀 있다고 비판해왔다. 사실상 중요한 정책결정은 운동권 출신이 하며 문 대통령은 '얼굴마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가 사드 배치 연기 결정을 내렸던 배경엔 과거 '미국 놈들'을 입에 달고 살던 반미 운동권 그룹이 어른거린다.
문 대통령의 '원전 중단 드라이브'도 반전반핵가를 유행시켰던 전대협 세력의 청와대 장악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반(反)원전 세력은 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를 주장했던 반미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은 "북핵에는 눈감고 있다가 가장 안전하게 운영돼 온 한국 원전을 문제 삼는 것은 운동권 논리 아니냐"고 했다.
전대협 활동을 하며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쳤던 이들 중 상당수가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한 후에도 여전히 글로벌한 시각에서 사고(思考)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보다 훨씬 더 잘사는 미국, 영국, 일본이 다시 원자력 에너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들은 원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다른 에너지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는 사실도 발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 30%에 육박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중단하자는 논리는 과거의 사고에 묻혀 있지 않으면 쉽게 나오기 어려운 것이었다.
전대협은 해마다 광복절(8·15)이 가까워 오면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남북 공동행사 개최에 모든 것을 걸어왔다. 사드와 원전 문제에서 80년대식 생각을 보여준 전대협 주도의 청와대가 앞으로 남북 관계도 그렇게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