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호구’ 된 바이든
2022.03.03 13:26
‘호구’ 된 바이든
[안용현, "‘호구’ 된 바이든," 조선일보, 2022, 2. 26, A26쪽.]
베트남전에서 고전하던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69년 ‘앞으로 군사 개입을 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70년대 카터 대통령도 주한미군 완전 철수 등을 추진했다. 그러던 10여 년간 인도차이나가 공산화했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중동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폭탄이 터졌다. 미국이 ‘힘’ 쓰기를 주저하자 전 세계 ‘스트롱맨’들이 활개쳤다.
▶1981년 취임한 레이건 대통령은 서방 7국 정상회담에서 ‘소련의 군사 우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설픈 ‘데탕트(긴장 완화)’가 공산 세력 강화와 민주주의 축소를 불러왔다고 믿었다. 소련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군사 훈련을 강화했다. 소련 영향력이 커지던 그레나다·니카라과 등에서 적극적인 군사 작전을 펼쳤다. ‘명분 없는 무력 개입’이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련 경제의 모순을 간파하고 군비 경쟁을 우주로까지 확대한 끝에 소련의 자폭을 유도했다.
▶공산권 붕괴로 중동에 힘의 공백이 생기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레이건을 이은 부시 대통령은 1991년 1차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압도했다. 첨단 무기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며 지상군 투입 100시간 만에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잡혔다.
▶작년 여름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전부 철수시켰다. 미국 내 철군 여론이 높았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 빼기’로 아프간은 대혼돈에 빠졌다. 탈출하려고 미군 수송기 바퀴에 매달린 주민까지 있었다.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를 떠올리게 했다. 미 합참의장마저 “전략적 실패”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미국 국익이 걸리지 않은 분쟁에 무한정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군사 개입을 피할 것이란 신호로 ‘스트롱맨’들은 해석했을 것이다. 시진핑의 관영 매체는 “(미국의) 아프간 포기는 대만에 대한 교훈”이라고 했다.
▶푸틴의 러시아 군대가 거침없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유일한 상대인 바이든이 군사력을 못 쓴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상원 외교위원장 등을 지낸 바이든은 ‘외교 달인’으로 불린다. ‘힘’보다는 외교 공조나 국제 제재 등을 선호한다. 1991년 걸프전 때도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상대인 푸틴이나 시진핑은 무력 사용에 거리낌이 없는 ‘스트롱맨’들이다. 미국 레이건 기념관에서 가장 잘 팔리는 기념품이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문구가 새겨진 셔츠와 모자라고 한다. 이 말을 잊으면 ‘국제 호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