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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보고도 “평화” 타령, 침공당하면 ‘종전 선언’ 종이 흔들 텐가

[사설: "우크라 보고도 “평화” 타령, 침공당하면 ‘종전 선언’ 종이 흔들 텐가," 조선일보, 2022. 2. 26, A27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시간 만에 키예프까지 진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해보고 수도가 함락될 위기에 놓였다. 우크라이나는 8년 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고도 ‘평화 호소’ 뿐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 1994년 러시아·미국·영국이 안보를 보장한다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크림반도 침탈 뒤 맺은 정전협정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힘을 키우지 않고 동맹도 없는 나라의 운명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사태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쟁은 이기더라도 공멸, 평화가 경제이고 밥”이라며 “대화로 평화적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 사회는 전쟁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러시아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의 대화 노력, 평화 호소가 부족해서 전쟁이 났다고 생각하나.

전쟁은 평화를 외치는 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평화는 힘으로 대비하는 사람들에게 깃든다. 그런데 이 후보는 “흉악한 사드 대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고 했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서 우리를 지킬 최후의 방어 수단이다. 어떻게 이것을 ‘흉악하다’고 하나. 이 후보는 북핵 발사 임박 때 선제 타격한다는 작전 계획에 대해서도 ‘전쟁광’이라고 비난한다. 북핵이 날아와도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하나. 우크라이나처럼 북한 집단에 평화를 호소해 국민 생명을 지킬 건가.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평화를 외치며 ‘종전 선언’에 목을 맸다. 북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엔 눈을 감았다. 북한이 우리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을 때 문 대통령은 남북철도 착공식에서 “평화”만 말했다. 종전 선언 얘기도 되풀이했다. 우리가 침공당하면 종전 선언 종이를 흔들며 항의할 듯하다.

북한은 이제 대구경 방사포와 이스칸데르, SLBM,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전술핵과 핵추진 잠수함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 정권은 선거 때마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단편적인 이분법 선전으로 유권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득을 보았다. 평화를 이루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힘을 기르고 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적에 양보하는 것이다. 이 정권의 ‘전쟁이냐, 평화냐’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으니 양보하자’는 것이다. 양보 다음엔 굴복이고, 굴복 다음엔 우크라이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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