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북핵] ‘5년 평화 쇼’ 가짜 본색 드러내며 솟구친 북 ICBM
2022.03.31 10:50
‘5년 평화 쇼’ 가짜 본색 드러내며 솟구친 북 ICBM
[사설: "‘5년 평화 쇼’ 가짜 본색 드러내며 솟구친 북 ICBM," 조선일보, 2022. 3. 25, A31쪽.]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 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 6200km까지 올라갔다. 정상 궤도로 쏘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 북의 ICBM 사거리는 과거에 이미 완성된 만큼, 이번에 탄두 재진입과 다탄두 시험이 성공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북 ICBM 도발은 4년 4개월 만이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6차 핵실험을 하고 ICBM을 발사한 뒤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더니 문 정권과 ‘평화 쇼’를 시작했다.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를 선언했다. 그러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이 참가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문 정부를 이용해 대북 제재만 풀려 했다. 미국이 그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북은 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다시 ICBM 도발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상황은 거의 예정된 절차처럼 굴러갈 것이다. 미국은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이고 유엔 안보리에서 규탄과 제재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북은 이에 반발한다면서 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 다음엔 ICBM을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 내달 실시할 한미 연합 훈련엔 항모 전단과 전략 폭격기 등도 대거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긴장이 높아지겠지만 일희일비하는 것은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북한 집단에 대한 환상만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북은 핵과 미사일 외엔 아무것도 없는 집단이다.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 망상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국민 눈을 가리고 국내 정치에 이용해온 것이 문 정권 5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북의 잇따른 도발에도 도발, 규탄이라는 말도 못 하더니 이제야 ‘규탄’이라는 말이 생각났나.
북한과는 앞으로도 협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핵을 갖고 있으면 죽고, 버리면 살 때만 핵을 포기한다. 대북 협상은 그런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남북 쇼 하고 눈물 쇼 하는 TV 이벤트가 아니다. 북핵 폐기는 지난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북 협상의 끈을 놓지 않되, 우리 내부적으로는 북핵과 미사일을 기정사실로 보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첨단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핵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