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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맞아라 맞아

2006.05.16 10:49

관리자 조회 수:1042 추천:144

[김민배, “차라리 맞아라 맞아,” 조선일보, 2006. 4. 20, A35쪽.]

김형규(22) 수경은 3월 17일을 기억하기조차 싫다. 과천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인 그는 이날 과천에 있는 모 그룹 본사에서 ‘정리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노조원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긴급 출동했다. 김 수경은 시위대 100여명이 사장 면담 등을 요구하며 건물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오려는 것을 전경의 맨 앞줄에서 막고 있었다. “그때 시위대의 누군가가 내 헬멧을 잡아당기면서 주먹이 날아왔다. 동료들은 내가 끌려가지 못하도록 허리춤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계단에서 벌어진 양측의 공방전 속에 끼인 그는 그때 목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상황이 종료된 뒤 목이 아파도 그러려니 했으나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진단 결과 목 인대가 심하게 늘어났다. 김 수경은 3월 20일부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557호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병원에는 현재 시위 현장에서 부상당한 20대 전· 의경 5명이 입원 중이다. 광주 화물연대 시위 현장에서의 충돌로 무릎 인대가 파열돼 인대 이식 수술을 받은 이현건(20) 상경, 전경차 세 대가 불탄 여의도 농민시위에 나갔다가 시위대 한가운데 갇혀 쇠파이프로 허리를 얻어맞고 몸을 밟힌 뒤 ‘허리디스크’를 얻어 누워 지내는 고원혁(20) 수경…. 시위현장에서 ‘매맞는 경찰’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작년 한 해에만도 893명의 경찰이 폭력시위 현장에서 중경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15일 GM대우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철폐 결의대회’에서 시위대로부터 폭행당한 경찰관 4명의 스토리는 ‘매 맞는 경찰’ 사태가 중증(重症)에 이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날 폭행당한 창원중부서 우모(45) 경사의 말을 들어 보자. “일부 노조원들이 전경대원을 끌어내 헬멧 등을 빼앗고 폭행하기 시작했다. 젊은 애들이 맞고 있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전경을 폭행하던 노조원의 마스크를 벗겼다. 이 순간 노조원의 주먹이 날아왔다.” 이후 상황은 옮기기조차 창피하고 가슴이 아프다. ‘도로 위에 떨어진 안경을 주우려고 몸을 숙이자 수명의 노조원이 달려들어 폭행했다’ ‘도로변 인도 쪽으로 5m나 끌려가다 옷이 찢어졌다’….

그러나 이런 기막힌 사연은 이틀간이나 알려지지 않고 ‘쉬쉬한 채’ 파묻혀 있었다. 한국경찰이 놓여 있는 기막힌 상황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사례다. 시위현장에서 ‘매 맞는 경찰’과 ‘그 후의 침묵’이란 신종(新種) 경찰병(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 27일 새벽 ‘정리해고자투쟁위’ 소속 시위대 10명이 서울 성북동 K그룹 회장 자택에 난입한 사건 현장에 투입된 사복경찰은 시위대를 연행하면서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인사는 “당시 경찰 소대장급 중간간부들이 ‘차라리 그냥 맞아라, 맞아!’라고 고함쳤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침범당하는 것을 ‘공권력의 침몰’로 보고 현장체포 등 초강경 대응하는 미국경찰, 경찰관 폭행 시 현장 지휘관의 지시 없이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강제연행이 가능토록 한 일본경찰의 얘기는 한국경찰에겐 꿈나라 얘기일 뿐이다.

매 맞고 참고 침묵하는 경찰병은 올해 전염병처럼 경찰에 퍼지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사망한 농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기를 1년이나 남긴 경찰청장을 ‘강제사퇴’시킨 작년 연말 이후부터이다.

공권력이 안에서부터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경찰 지휘부는 말이 없다. 경찰청은 “공천비리 놓치면 책임 묻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마자 19일 전국 수사·정보과장회의를 소집했지만 정작 ‘매 맞는 경찰’ 문제는 관심권 밖이었다. 한국경찰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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