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능에다 펀드사기 공범까지, 한 번도 경험 못 한 금감원," 조선일보, 2020. 10. 20, A39쪽.] 


라임·옵티머스펀드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확산되면서 금융감독원의 무능과 부패 실태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고객 돈 1조6000억원을 날린 라임자산운용이 금감원의 검사를 받던 지난 1월, 펀드 자금 190여억원이 전주(錢主) 김봉현 회장의 회사에 투자됐고, 김 회장은 다음 날 그 돈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 파견돼 있던 금감원 팀장이 라임 측에 금감원 검사 현황을 낱낱이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제대로 기능했으면 옵티머스 사건도 막을 수 있었다. 2018년 초 금감원은 자본금 부족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제출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부실 검증하는 바람에 기사회생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있지도 않은 투자 상품을 앞세워 5000억원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한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은행 간부를 소개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금감원이 금융 범죄를 막기는커녕 공범 역할을 한 셈이다.


금감원은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의 윤석헌 원장이 취임한 이후 부실 감독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엉뚱한 곳에 감독 역량을 낭비하고, 감독 소홀로 금융 사고가 터지면 은행·증권사한테 책임을 돌리며 “원금을 물어주라”고 팔을 비트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윤 원장은 2018년 취임 후 느닷없이 외환 파생 상품인 ‘키코’ 재조사를 지시했다.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은행들의 피해 보상까지 끝난 사안인데 문 정부 출범 후 ‘금융 적폐’로 지정되자 다시 끄집어낸 것이었다. 금감원은 “키코 피해 기업에 피해액의 15~41%를 물어주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대다수 은행은 배임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감독 당국 권위만 땅에 떨어졌다.


금감원이 ‘키코’ 재조사에 검사 역량을 허비하는 사이 라임·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금감원은 금융 사고가 터지면 징계권을 휘둘러 판매사인 은행·증권사에 중징계를 내리는 ‘면피주의’로 일관하고, 해당 금융사들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정말 ‘한 번도 경험 못 한’ 금감원이라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