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기꾼과 與·법무장관이 한 팀으로 일하는 대한민국," 조선일보, 2020. 10. 23, A35쪽.]


라임 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봉현씨가 또 공개 편지를 통해 검찰이 자신의 도피를 도왔고, 로비를 받고 구속도 막아줬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더니 이번엔 도피를 도왔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씨 구속영장은 검찰이 청구해 발부됐는데 무슨 구속을 막아줬다고 하나. 김씨는 지난 8일 법정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주라고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줬다”며 “배달 사고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며칠 만에 “금품이 오갔는지 본 적 없다” “(브로커가) 돈을 전달했다고 한 적 없다”며 완전히 말을 바꿨다. 법정에서 강 전 수석 상대 로비를 먼저 털어놓고선 며칠 뒤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조작했다고 한다. 횡설수설이다. 누군가 김씨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 편지는 내용뿐 아니라 공개 시점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16일 나온 첫 편지는 9월 21일 쓴 것이다. 한 달 가까이 가만히 있다가 서울남부지검과 중앙지검에 대한 국감 직전 공개했다. ‘강기정 5000만원’ 증언과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참여했다’는 옵티머스 펀드 내부 문건이 드러나 여권이 궁지에 몰리던 그 시점이다. 두 번째 편지 역시 대검 국감 전날 공개했다. 각본을 짠 듯 김씨가 허위 내용을 국감 직전에 터트리면 여권이 윤 총장 공격 소재로 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김씨 편지에는 “상당한 보안 유지 필요” “결정권자와 소수만 공유”라는 대목도 나온다. 일에 개입한 외부 세력이 있다는 뜻 아닌가. 누구겠나.


법조계에선 “채널A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닮은 점이 많다. 총선 직전 불거진 채널A 사건은 기자의 특종 욕심을 여권과 어용 방송, 사기꾼이 합작해 부풀리고 조작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가 “작전에 들어간다”고 하자 갑자기 사건 ‘제보자’가 나타났다. 기자에게 협박당했다는 금융 사기범과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었다.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 검사장을 도저히 엮을 수 없는데도 무조건 ‘검·언 유착’으로 몰아갔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를 받아 장관 지휘권을 발동하며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라임 펀드 사건에선 김봉현씨 주장을 외부에 알리는 변호사가 등장했다. 민변 출신이라고 한다. 700억 넘는 횡령·사기 등 김씨의 재판 혐의는 변호하지 않고 ‘정·관계 로비’ 관련만 맡았다며 갑자기 끼어든 것이다. 공작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은 이런 사기꾼의 허위 주장을 근거로 수사지휘권을 또 휘둘렀다. 그러자 여당은 “금융 사기가 아니라 검찰 게이트”라며 사건 본질을 덮고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채널A 사건 조작과 판박이다.


추미애 장관은 취임 10개월 만에 세 번이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지휘권 행사의 근거는 모두 사기꾼들의 일방적 폭로였다. 채널A 사건은 조작으로 드러났고, 한명숙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의 1차 조사에서 근거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김씨 폭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 두고 한 평론가는 “사기꾼과 법무장관이 한 팀으로 일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