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중상모략은 가장 점잖은 단어'," 조선일보, 2020. 10. 23, A35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했다. 정권이 라임 펀드 사기 혐의자의 편지를 근거로 윤 총장이 이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듯 공격하는 데 대한 답변이다. 그는 “(라임 펀드 사기범과) 야당 인사 관련 보고를 받고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며 “검사 관련도 보고를 받고 수사하라고 즉각 지시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수사에서 배제한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서도 “(지휘권 박탈이) 근거·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이 벌인 ‘검찰 학살 인사’에 대해 “이런 노골적인 인사는 (과거에) 없었다. 전례 없는 일이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인사가 제도화되면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에 그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그런 상황이다. 정권은 윤 총장 등 검찰이 조국의 파렴치와 청와대 울산 선거 공작을 수사하자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방식으로 수사를 막았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되는 것이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다 아는 얘기”라고 했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검 박순철 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입장문을 내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 위해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한 근거라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도 했다. 박 지검장은 “이 사건 본질은 서민들에게 1조5000억원의 피해를 준 사기범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정권은 그 사기범들의 말을 이용해 윤 총장을 공격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