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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냐, 적화통일이냐?

2009.06.30 15:47

관리자 조회 수:1029 추천:99

자유민주주의냐,적화통일이냐?

[문갑식, “우리나라에는 좌파, 우파 없어요.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사람과 적화통일 원하는 사람뿐,” 조선일보, 2009. 6. 20, B1쪽;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

‘태평양시대 위원회’는 설렁탕 집 2층에 있었다. 성경 몇 권과 피아노, 100명 정도가 앉을 공간 끝에 서재가 보였다. 책꽂이에 브리태니커 사전, 이조(李朝)당쟁사 같은 낡은 책이 있었다. 잘 정돈된 책상에는 가족사진과 읽다 만 편지가 놓여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군인(軍人) 출신 대통령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지역맹주로 서슬 퍼렇던 3김(金)을 향해서는 “낚시나 떠나라”고 했다. 그가 세상을 향해 일갈한 “이게 뭡니까”는 지금도 패러디 대상으로 꼽힌다. 그는 정계에 투신해 스스로 인정하듯 ‘실패한 정치인’도 돼봤다.

―지난해에는 광우병 파동으로 석 달이나 갈피를 못 잡았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광화문 촛불 내려다보며 ‘아침이슬’이란 노래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지요. 그 얘기 듣고 기가 막혔어요. 촛불 보고 가슴이 뭉클할 게 아니고 ‘그 배후에 반미친북(反美親北) 세력이 있구나, 간첩이 마음대로 날뛰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닙니까?”

―광우병 파동을 일으킨 세력이 반미라는 증거는 있나요?

“중국 소를 두고 광우병 이야기 나왔으면 그렇게 됐겠어요? 제가 반미친북, 간첩 이야기 하면 ‘증거 대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왜 내가 댑니까? 국정원이 대야지.”

김 명예교수는 “현 정권이 살려면 자유민주진영을 끌어와야 한다”고 했다. 정체 모호한 ‘좌우’개념이 아니라 자유민주 대 반미종북(反美從北)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내정(內政)과 관련된 전권을 주고 이회창(李會昌) 선진당 총재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정치를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며 “정치의 본질이 뭔가를 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소신이 없고 주변에 쳐진 인의 장막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대운하(大運河)계획에 서울대 교수들이 반대했잖아요. 그 말이 나오자 대통령이 금세 접었잖아요. 그걸 보고 그쪽 사람들이 ‘아! 저게 약점이구나. 이명박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느낀 거예요. 대선 때 공약을 공청회 한번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겁니까. 게다가 방송은 또 뭡니까.”

―이 정부가 방송의 힘을 빌리기는커녕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까.

“KBS가 공영(公營)이면 공공(公共)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도움이라도 받아야지요. 정연주 한 명 내쫓는 데 진땀을 흘렸잖아요. 그게 뭡니까.”

―용산 철거민 사고 후 ‘서민 괴롭히는 정권’이라는 비판까지 추가됐지요.

“정부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배후가 누군가를 캐야지요. 그런 걸 안 하고 경찰관까지 희생된 일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만 잘랐어요. 누가 정부를 위해 일하겠습니까.”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제가 하도 안돼 보여서 그 사람을 집으로 불러서 점심을 냈어요. 본인은 ‘대통령이 사표 내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김석기 죽여 일단락 짓자’는 의견이 나왔겠지요. 대통령은 그때 ‘김석기 자르는 건 안 돼. 당신이 왜 책임지느냐’고 했어야지요. 도의적 책임이라면 왜 용산구청장이나 관계 장관이나 대통령은 안 집니까?"

―왜 자꾸 그런 일들이 벌어질까요.

“박근혜와도 그래요. 대통령 된 후 제일 처음 만나 ‘모든 걸 맡아주세요. 내가 대통령이니까 외교, 국방하고 실물 경제에 식견이 조금 있으니 그것만 맡을게요’라고 했어야지요. 이회창씨도 찾아갔어야지요. ‘한나라당으로 돌아와 주세요’라고 호소해야지요.”

―그런 결단을 왜 못 내렸을까요.

“박근혜 들어오면 손해 볼 놈이 여럿 있겠지요. 대통령이 자전거 탈 시간, 모내기 할 시간 있으면 만나서 쓴소리도 들어야지요. 그게 뭡니까.”

―이제 현 정권의 실체가 궁금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헌법에 나오는 민주공화국, 주권재민을 지키겠다고 선언했어야지요. 그걸 못하니 소신 없는 정체불명의 정권이 된 거지요.”

―과거 정권과 각을 세워야 했다는 말인가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평등에 치중하겠다는 인상을 줬잖아요. 물론 말은 안 돼요. 김대중씨는 상당한 재산가고 노무현씨는 ‘가진 자에게 고통 주겠다’고 했는데 그건 김정일(金正日)이 할 말이니까요. 지금이 무슨 사회주의 혁명 전야예요?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게.”

김 명예교수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쉬고 있지는 않았다. 글을 썼으며 전국을 돌며 강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일약 주목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일련의 발언들 때문이다. 현 정권 지지자는 그에게서 모처럼 자유주의의 자신감을 봤고 반대파는 그를 노망(老妄)났다고 매도했다.

―4월 15일 글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스스로 감옥에 가든지 자살하라’고 했습니다.

“그 글 때문에 어찌나 난리들인지. 저보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얘기도 듣고 ‘망령 났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제가 여든두 살밖에 안 되는데 무슨 망령입니까? 저는 지금도 시(詩) 300수(首)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울 수 있어요.”

―댓글은 왜 차단했습니까. 남을 비판하면서 비판받기는 싫은가요?

“댓글 차단은 최근에 한 겁니다. 하루에 십만 명씩 들어오니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거예요. 다른 이들도 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지요.”

―왜 ‘자살’이라는 단어를 쓴 겁니까.

“4월인가 그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그가 선택할 길이 그것밖에 없어 보였어요. 혼자서 깨끗한 척 다 했잖아요.”

―자살을 권한 게 아니라는 뜻입니까.

“저는 자살을 권장한 게 아닙니다. 의젓하게 구속되고 감옥에서 10년 살라면 10년 살고, 그런 인물이 되란 뜻이었어요. 그의 말 때문에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이 자살했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자살했잖아요. 우리가 대학입시에 실패해 아파트에서 자살하는 학생들 얼마나 야단쳐요. 그런데 어른 중의 어른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준 게 뭡니까. 자살이라니요, 끝까지 살아야지요.”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어 그 단어를 선택한 건가요.

“법을 공부했잖아요. 검찰 조사받으며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자살 전날 TV에서 얼굴을 봤는데 초췌하고 소심해 보이더군요. 저는 그때도 ‘버티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던 날 놀랐습니까?

“우리 국민 중에 제일 놀라지 않은 사람이 납니다. 저는 ‘아! 그 길밖에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맨 먼저 났어요.”

―그 일로 얼마 전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물러났지요.

“그 사람도 웃겨요. 나가면 곱게 나가지. 검찰도 그게 뭡니까. 혐의자가 죽었으면 가만히 있어도 조사 다 끝난 거 아닌가요? 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먼저 말합니까. 검사들만 못 할 짓 한 사람들처럼 됐잖아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자살’이니 ‘사망’이니 하는 말보다 ‘서거(逝去)’라는 말을 쓰지 그랬습니까.

“지각(知覺) 있는 정부라면 자살한 사람에게 국민장을 허용할 수 없지요. 국민교육, 국민정서상으로도 잘못된 겁니다. 가족들에게 가족장을 권했어야지요. 그건 제 신념입니다.”

―그래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통곡까지 했잖아요.

“그 사람 진짜 웃기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그러면 못써요. 나이도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이 죽었는데 가서 통곡하면 못써요. 김대중씨는 자기 아들이 죽었나요? 공자(孔子)도 제자 안회(顔回)의 장례식에 갔지만 통곡하지는 않았어요.”

―친노 진영에서는 ‘정치적 타살(他殺)’이라고 주장하지요.

“누릴 수 있는 영화 다 누리고 저승 가는 길까지 선택했어요. 그런 사람 성자(聖者)로 만드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정부도 그래요. 대통령 이하 당당하게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가 죽도록 한 건 아니다’ 이렇게 나갔어야지요. 그냥 쩔쩔매고 한심해서. 저는 그걸 보고 깨달았어요.”

―뭘 깨달았습니까.

“대통령은 새로 뽑았지만 정권교체는 못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정부 뒤에 또 하나의 정부가 살아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지금 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지요.”

―자발적인 추모자를 욕되게 하는 건 아닐까요.

“자발적 참여도 어느 정도지요. 김수환 추기경 때와 차이가 나잖아요. 저는 노란 모자, 노란 풍선 그렇게 재빨리 만드는 거 보고 놀랐어요.”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대학교수들도 시국성명을 내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이 대통령 타도 위해서 나온 거 아닙니까. 국민 다수가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왜 강압적으로 밀어내려 합니까?”

―이 대통령이 독재를 한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아파트나 짓고 도로공사나 하던 사람이 무슨 독잽니까. 독재할 감도 못돼요.”

―오래전에 링컨 대통령에 관한 책을 썼지요? 노 전 대통령도 링컨을 가장 존경한다는데.

“링컨은 남북전쟁 후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풀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이는 어떻게 했어요. 모든 걸 코드로 풀려고 했잖아요. 링컨의 별명이 뭡니까. ‘어니스트 에이브(Honest Abe)’ 였어요. 그 사람이 정직합니까? 링컨을 존경하지만 말고 좀 닮으라고 하고 싶었어요.”

―노 전 대통령이 좌파 맞습니까.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제일 웃긴 게 보수, 진보라는 구분법입니다. 보수는 뭘 지켜서 보숩니까? 대학교수 중에 미국 유학 다녀와서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사람들이 ‘6․25 때 유엔군이 참전하지 않고 맥아더 장군이 없었으면 통일이 됐을 것’이라고 해요. 그럼 어떻게 됐을까요. 그런 교수들 보고 저는 ‘그때 통일됐으면 당신 같은 사람들은 유학은 고사하고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용어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줘요. 노무현씨가 이런 말을 했지요. 일본에도 공산당이 있다, 웃기는 이야깁니다. 일본에 휴전선이 있습니까, 공산당이 남침을 엿봅니까? 우리나라에는 좌파, 우파 없어요.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사람과 적화통일 원하는 사람뿐입니다.”

김 명예교수가 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글이 퍼지면서 친노 매체에 ‘김동길은 실패한 정치인’이란 기사가 등장했다. 그는 ‘실패한 정치인 맞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선선히 “실패한 정치인이 맞다”고 했다. 그는 정치에 뛰어든 걸 후회하지 않는 이유를 ‘공부 값’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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