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2018년 지방선거 때 TV 토론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변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느냐가 쟁점이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2심은 물론 대법원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그런 일 없다" "제가 (입원을)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다"고 했다. 자신이 지시한 부분은 빼놓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은 관여한 적 없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각종 선거 TV 토론에선 상대 질문에 거짓말로 답해도 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TV 토론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거짓말을 해도 된다니 법원 판결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대법원이 이 지사 재판을 전원합의체로 넘길 때부터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대로 됐다. 그래도 대법관 12명 중 5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그만큼 문제가 많은 판결이란 뜻이다.
4·15 총선 이후 법원의 정치 판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드루킹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2심 재판이 수차례 연기되더니 선고가 올해 말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선거법 사건은 1심은 6개월 이내, 2·3심은 3개월 내에 끝낸다는 규정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경우 김 지사는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는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은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재판을 받다가 '받은 것도 있지만 준 것도 있다'는 희한한 법리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돈을 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정작 돈을 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동생은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에 출석할 때마다 경호원을 대동하고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등장해 법원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법원이 '법치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정권의 최후 보루'로 변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