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의 사람들' 사정기관 완전 장악, 두려운 게 그리 많은가," 조선일보, 2020. 8. 26, A35쪽.]    


집권 4년 차의 문재인 대통령이 사정기관의 요직과 수장 자리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남관 대검차장은 노 정부 청와대 특감반장 출신으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 있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치안비서관실, 김대지 국세청장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다. 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상황실 행정관이었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김선수 대법관도 민정수석실 비서관이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사람들만 골라 뽑은 것이다. 대통령이 이처럼 자기와 인연 있는 인사들로 사정기관 전체를 메운 사례는 거의 없다.


'문(文)의 사람들'이 사정기관을 장악한 뒤 어떤 일이 벌어졌나. 대통령 '30년 지기' 여당 후보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벌인 선거 공작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조 단위 금융 사기 피해가 발생한 펀드 사건들에서 여당 의원, 청와대 직원 등의 연루가 드러났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윤미향 의원 정의연 회계 부정이나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려준 사건에 대한 수사는 아예 노골적으로 깔아뭉개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실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전체가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


문 대통령 딸, 사위와 관련이 있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혹도 덮으려고 한다. 검찰에 포진한 대통령의 사람들이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며 이 모든 일에 앞장서고 있다. 검찰을 대통령의 충견(忠犬)으로 만든 것이다.


경찰은 정권 행동대가 됐다.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지며 항의한 시민단체 대표를 구속하려다가 영장이 기각되자 얼마 뒤 집회에서 경찰에게 폭력을 썼다며 기어이 구속시켰다. 대통령 심기 경호에 나선 것 아닌가.


자기 사람들을 사정기관에 포진시킨 대통령은 정작 청와대 내부 감찰기구인 특별감찰관은 4년째 임명하지 않고 있다. 위법인데도 그냥 깔아뭉갠다. 특별감찰관이 없으면 민정수석실이라도 내부 감시를 제대로 해야 하지만 이 자리 역시 대통령의 사람들이 차지해 왔다. 현 민정수석뿐 아니라 김조원 전 수석도 과거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아래에 있었다. 지금 청와대에 내부 감시와 견제는 전무하다. 역대에 이런 청와대는 없었다.


이제 조만간 공수처도 활동에 들어간다. 판사 검사 모두가 정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방패막이를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밝혀지면 안 되는 죄(罪)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할 까닭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