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충견이면 피의자까지 승진, 문재인 소유물 된 검찰," 조선일보, 2020. 8. 28, A31쪽.]    


청와대와 법무부가 27일 차장검사급 이하 검찰 인사를 했다. 인사 내용을 보면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을 압수하겠다며 폭행 활극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폭행 혐의로 수사받는 피의자를 도리어 영전시킨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1차장으로 옮겼다. 수사 대상자를 전국 검찰 수석 차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를 기소한 검사가 중앙지검 2차장, 법무부 대변인이 3차장 자리를 차지했다. 부실 수사 지적을 받은 옵티머스 펀드 수사 부장검사는 라임 펀드 수사 담당 차장으로 승진했다. 가서 '라임'도 뭉개라는 뜻이다. 심지어 인터넷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고 김정숙 여사에게 찬사를 보낸 검사도 좋은 보직을 받았다.


이미 예견된 것이기는 하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달 초 검사장급 인사에서 대검 차장, 반부패부장, 공공수사부장을 비롯한 대검 핵심 간부와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동부지검장 등 요직을 모조리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조국·채널A 사건 등에서 정권 편을 든 인물들로 채웠다. 정권 충견 노릇을 했다고 상(賞)을 준 것이다. 이번 인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위법을 저지르더라도 정권 편에만 서면 출세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 소유물이라고 공개 선언하는 행태다.


반면 울산시장 선거 공작, 추미애 법무 장관 아들 휴가 미복귀, 라임 펀드 사건 등 현 정권이 연루된 비리를 수사하던 부장검사들은 모두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교체됐다. 이 사건들 수사는 여당의 총선 압승 이후 관련자들이 소환 불응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방해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이 상황에서 수사 실무 책임자들을 바꾼 것은 사실상 수사를 그만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휘둘러 정권 비리를 덮고 수사를 중단시키려 한다. 직권남용이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 인사는 1년 단위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이 정권에선 불과 6개월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 학살이 반복되고 있다. 인사 원칙도 완전히 무너졌다. 특정 지역 출신들이 핵심 요직을 싹쓸이하고, 오로지 정권과의 관계만 따지고 있다. 의도는 뻔하다. 정권 비리를 파헤치는 진짜 검사들은 다 쫓아내고 애완견 검사들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반부패부 등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가 대거 축소됐다. 윤석열 총장의 지휘를 받는 직책들을 폐지해 정권 수사는 할 수 없도록 제도적 대못을 박은 것이다. 이대로 가면 검찰은 정권 행동대인 경찰 뒤치다꺼리나 하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검찰 상전이라는 공수처가 공직자들을 쥐락펴락하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근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논란이 될 사건은 아예 맡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검사 110명이 사표를 낸 데 이어 올해도 40명 넘는 검사가 사직했다. 사표 검사는 더 늘어날 것이다. 70명 가까운 현직 검사가 법원의 경력 법관 선발에 지망하기도 했다. 검사들의 자긍심이 땅에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에서 권력의 불법 비리에 대한 수사 기능은 실종됐다. 검찰이 없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