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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후보 죽이기 경쟁, 공수처·법무부 이어 대검·중앙지검·경찰 가세

[사설: " 野 후보 죽이기 경쟁, 공수처·법무부 이어 대검·중앙지검·경찰 가세" 조선일보, 2021. 9. 17, A35쪽.]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시작했다. 공수처가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하고 현직 국회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했다. 이 수사와 별개로 대검찰청도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도 따로 고발이 들어왔다며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야당 대선 주자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전부 다 나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수사기관은 대선 주자에 대한 수사는 자제해 왔다. 정부와 수사기관의 선거 중립은 다소의 시비는 있었지만 큰 줄기를 벗어난 적은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중단된 김대중 비자금 수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이런 최소한의 선을 너무나 쉽게 짓밟는다. 대선을 5개월 앞두고 공수처, 법무부, 대검, 중앙지검, 경찰이 야당 대선 주자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도를 넘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입건하면서 “죄가 있냐, 없냐는 다음 문제”라고 했다. 혐의가 있어서 수사하는 게 아니라 수사를 해서 혐의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정권은 공수처의 무능 탓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 와중에 국정원장 개입 논란으로 사건이 정권에 불리하게 흘러가자 다시 검찰이 나섰다.

김오수 검찰총장 휘하엔 친정권 검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중앙지검장은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로 문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친정권 검사이고 사건 지휘 라인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윤 총장 징계 파동 때 총장 징계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은 아내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고 한다. 공수처 담당 검사 중엔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사람도 있다. 민주당 의원인 박범계 법무장관은 “수사기관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신속히 진상 규명을 하는 건 필요한 일이기에 중복과 혼선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정상적인 법 절차가 아니라 사실상 린치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이 사건의 진상은 밝힐 필요가 있다. 진상은 두 측면에서 모두 살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사주한 것이 맞는지, 아니면 반대로 정권 측이 의혹 제보를 사주하는 것이 맞는지다. 현재 윤 전 총장이 사주했다는 증거는 물론이고 그런 정황조차 나온 것이 없다. 반면 정권 측 인사가 의혹 제보에 관여했다는 정황은 거의 매일 쏟아진다. 하지만 모든 수사기관이 윤 전 총장 잡기에만 혈안이다. 수사도 한 기관이 맡아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 정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야당 경쟁 후보를 수사해 낙선시켰다. 그 수사기관장은 다음 총선에서 여당 의원이 됐다. 또 그런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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