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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대선 댓글 조작’ 文이 몰랐을 수 있나

[사설: "김경수 ‘대선 댓글 조작’ 文이 몰랐을 수 있나," 조선일보, 2021. 7. 22, A35쪽.]

대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김씨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기사에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한 댓글 68만개가 상단에 노출되도록 조작한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세 차례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나왔다. 1심 법원은 김씨가 드루킹 댓글 조작의 사실상 주범 중 한 명이라고 봤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 기간에 드루킹을 10번 만났고, 댓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 법원은 “김씨가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문 정권의 ‘내로남불’은 이 댓글 조작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드루킹 댓글 조작이나 선거 제도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오히려 횟수와 전파력은 드루킹 댓글 조작이 국정원 댓글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4133만회로 국정원 댓글(41만회)의 100배를 넘는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주로 이름 없는 소규모 사이트에서 벌어졌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은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전파력이 수백, 수천 배가 될 수 있다. 국정원 댓글이 ‘국기 문란'이라면 드루킹 조작은 ‘국기 파괴'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씨가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객관적 증거가 없다” “김 지사는 깨끗하고 하얗다”고 했다. 민주당 대표는 “판사 탄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검찰과 경찰도 정권의 충견 노릇을 했다. 검찰은 2017년 대선 직전 중앙선관위가 드루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수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같은 시기 수사한 국정원 댓글 사건에선 전직 국정원 간부, 민간인 등 30여 명을 구속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재청구하고, 국정원 서버도 뒤졌다. 동료 검사를 구속하려다 그 검사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드루킹 댓글 사건을 5개월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김경수 지사의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경찰이 두 차례나 압수 수색했다는 드루킹 사무실 쓰레기 더미에서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와 유심 카드 수십 개가 쏟아졌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사실상 김 지사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

검경 대신 드루킹 댓글 조작을 밝혀낸 것은 특검이었다. 특검이 김씨를 기소한 지 3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김씨는 경남지사에 당선돼 임기의 4분의 3을 채웠다. 범법자가 도지사 임기를 거의 다 채운 것이다. 법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의문은 문 대통령이 드루킹 조작을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은 박근혜 캠프가 아닌 이명박 국정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드루킹 조작은 문재인 캠프 핵심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지사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챙기고 대변인 역할을 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지금도 문 정권 최대 실세로 통한다. 이런 사람이 댓글 공작을 벌이는데 대선 후보가 몰랐을 수가 있나. 이날 청와대는 김 지사 유죄 확정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이 흔들리게 됐는데 ‘입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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