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도 못할 ‘4대강 보 해체’ 결론, 비겁한 줄타기
[사설: "하지도 못할 ‘4대강 보 해체’ 결론, 비겁한 줄타기," 조선일보, 2021. 1. 20, A쪽.]
대통령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18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의결했다. 물관리위원회는 그러나 그 실행 시기는 준비와 여건 등을 고려하고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모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별 물관리위원회를 발족시켜 보 처리의 방안과 일정을 논의해왔지만 결론을 질질 끌어왔다. 환경부 장관이 2019년 8월 “보 해체에 필요한 하위 계획까지 다 세우려면 최소 4년이 걸린다”고 말해 정부가 보 해체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보 해체 실행 계획을 만들려면 앞으로도 2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게다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시기를 정한다’는 것인 만큼 이 정부 임기 내 보 해체는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많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해 건설한 보를 다시 세금을 들여 해체한다는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 아닌 일이다. 보 해체의 명분은 자연성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도로·항만을 건설하고 강에 댐을 세우고 제방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 국민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보로 막대한 수자원이 생기고 경관이 수려해졌다.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 항만 댐을 세우는 과정에서 일부 생태 변경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연성을 되찾기 위해 보를 해체해야 한다면 강 상류의 댐도 다 부숴야 한다. 말이 되는가. 조선시대로 되돌아가 그때 사람들처럼 살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궤변이다. 태양광으로 국토가 망가지는 건 괜찮고 보 때문에 녹조가 생기는 건 용납 못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물관리위원회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어떻게 개선되는지에 관한 구체 데이터도 제시하지 못했다. 죽산보 개방 후 수질이 나빠졌다는 모니터링 결과도 있다.
강물 흐름을 키워 생태를 복원시키겠다면 보 수문을 열어 운영하는 걸로 충분할 것이다. 굳이 보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전 정권 사업 허물기’일 뿐이다. 정권 초기에 보 해체를 시도하다 주민과 국민의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다. 하지만 정권 편인 환경단체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환경단체와 주민·국민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것이 이 어정쩡한 ‘보 해체하되 시기는 모르겠다'는 결론인 것이다.